남북이 15일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경제협력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이 466건의 대북제재 대상 개인과 기업·기관을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며 대북 제재 압박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철도·도로 연결 논의을 촉진시킨 것은 북·미 양측에 대한 비핵화 진전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에 따르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과 함께 남북은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현지공동조사를 10월 하순부터, 동해선 철도 북측지역 현지공동조사를 11월 초부터 착수키로 했다.
그러면서 "동해선은 11월 초부터 해서, 우리 측에선 구간이 길기 때문에 15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연내 착공식'은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사항으로, 철도와 도로 현대화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북측이 남측에 착공식 일정 합의를 강하게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 또한 대북 제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측지역 현지공동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남북은 지난 8월 말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현지조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군사분계선(MDL) 통과 승인권을 가진 유엔군사령부가 이를 불허해 무산된 바 있다. 때문에 북측 구간 조사는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지역 현지공동조사는 말 그대로 조사일 뿐이기 때문에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면서 "북한을 비롯해 미국과는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 정부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이어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현대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인 북·미 양측 모두에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에 따라 연내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개최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는 데는 대북 제재와 비핵화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미 관계가 교착될 때마다 촉진제 역할을 도맡아 왔지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원하는 수준까지의 비핵화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어 양측을 압박하는 용도로 경제협력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1차적으로 미국과 북한 양측 모두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대북제재 해제를 못해 착공식이 실제 공사로 못 들어가니까 북·미 협상에서 진전될 수 있는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라는 것"이라며 "간접적으로는 미국의 압박으로도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착공식에 앞서 철도·도로 북측 구간 현지공동조사도 이달 하순부터 시작하기로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한 달여 정도에 현지공동조사가 마무리돼야 해 일정이 빡빡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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