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U 총회 참석을 위해 스위스에 머물고 있는 문 의장과 국회 대표단은 이날 오후 제네바 시내 캄펜스키 호텔에서 리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을 만나 남북 국회회담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우리 측은 진영·설훈·이수혁·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정종섭 자유한국당,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백지아 주제네바 대사, 한충희 외교특임대사, 박재유 국제국장 등이 배석했다.
북한 측에서는 리 부위원장 외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대외사업부의 정춘근 부장, 현정웅 책임부원이 함께했다.
지난 2008년부터 IPU 총회에 참여해 온 진 의원은 북측 대표단과 의견을 조율한 끝에 만남을 성사시켰다. IPU 총회에서 남과 북의 대표가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리 부위원장은 북한에서 입법부 격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표는 아니지만, 수년 간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IPU 총회에 참석했다. 그는 월북한 작가 ‘민촌’ 이기영의 아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태위는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외곽단체로 ‘대남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단체로 알려졌다.
먼저 리 부위원장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시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문 의장은 “이 만남 하나로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면서 “10년 전이나 하나도 안 변하셨다”고 화답했다.
리 부위원장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저도 동면하고 있었다”라고 말하자, 문 의장은 “김대중 대통령도 젊어 보인다는 말에 ‘감옥에 있는 기간은 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답했다.
문 의장은 “양국 정상이 6개월간 3번이나 만나 우리가 보탤 일 없이 일이 잘 진행되고 있지만, 남쪽은 국회 의결을 거쳐야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측면이 있다”며 남북 국회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북 국회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문 의장의 카운터 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발언 후 40분간 비공개로 이뤄진 면담에서 양측은 남북 국회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구체적인 회담 장소 및 시기와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국회 차원에서 자주 만날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문 의장은 IPU 총회 일반토론 연설을 한 뒤, 오찬 리셉션에 참석하러 나가면서 복도에서 리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우연히 마주쳤다.
문 의장은 리 부위원장에게 부인상을 당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문 의장은 이날 일반토론 연설과 함께 데니스 오도노반 아일랜드 국회 상원의장, 페데리코 피네도 아르헨티나 상원 임시의장과 있따라 양자면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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