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피해자의 하소연 '노동청은 갑갑하다 타박·경찰은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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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10-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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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사진=연합뉴스]


전남 완도군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가 노동청에 갔더니 '갑갑하다'며 돌아가라고 타박만 받고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인 기모(53)씨는 17일 서울고법 민사1부(유승은 부장) 심리로 열린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의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노동청에서) 조사를 잘 해주지 않고 그냥 가라고 했다. 두 번째 방문에도 '깝깝하다'면서 가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적장애 3급으로 10여 년간 염전에서 일했다. 김씨는 진술 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며 그간 일한 노임을 받고 싶어 노동청에 갔는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 법률대리인은 "처음에는 노동청에서 '먹이고 입혀줬는데 무슨 소리냐'고 주장해 돌려보냈고, 돌아가는 과정에서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조사를 받을 때는 맞았던 기억 때문에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하신다"고 말했다.

김씨가 판정받은 지적장애 3급은 기초적인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수준의 지능으로 정신연령은 낮게는 4~5세, 높으면 8세 정도 수준이다.

김씨는 재판부의 질문에 말을 더듬으며 진술했다.

김씨는 "약 15년간 염전 일을 하면서 힘들어서 도망치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동네 사람들과 연락한 뒤 자동차를 타고 따라온 염전 주인에게 붙잡혀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가 염전에서 빠져나온 것은 2014년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염전노예의 실태를 알고 있었다. 경찰은 2011년 김씨의 상황을 확인하고 조사를 벌였지만, 염전주인에게 어떤 조치도 없었다.

김씨는 "주인이 돈이 없다며 노임을 못 준다고 했고,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며 "주위 염전에도 돈을 못 받는 처지인 사람이 많고, 약을 먹고 자살하려 한 이도 있다"고 진술했다.

김씨 등 사건의 원고들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 섬에 끌려가 임금 없이 염전 노동을 강요당하고 폭행에 시달렸다.

지난 2013년 염전노예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왔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진 피해자만 63명이었다.

구출된 피해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1명에 대해서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김씨 등 3명은 이에 항소했다.

김씨 측 대리인은 항소심 과정에서 1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증언을 확보했다. 근로감독관과 사회복지 공무원, 경찰관 등이 피해자의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해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11월 23일 오후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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