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백색가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칭다오하이얼이 중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중유럽 D주에 상장했다. 지나치게 낮은 발행가를 둘러싼 논란도 일었지만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24일(현지시간) 칭다오하이얼이 정식으로 프랑크푸르트 D주에 상장해 거래를 시작했으며 이로써 중국 최초의 A주와 유럽 D주 동시 상장사가 됐다고 21세기경제보도가 25일 보도했다. 발행가는 1.05유로로 첫 거래일 거래가는 이를 소폭 웃도는 1.06유로를 기록해 총 2억7800만 유로(약 3605억 7700만원)를 조달했다.
하이얼 측은 유럽 자본시장에 진출한 것은 하이얼의 세계화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이얼 관계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이얼은 D주 상장을 기반으로 중유럽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수단을 다원화하고 자본구조를 개선, 투자자 펀더멘털을 확대할 것"이라며 "D주 상장으로 글로벌 브랜드로의 지명도를 높이고 관련 업무와 세계 시장 확대 전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 가전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높이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하이얼 측은 "1.05유로로 발행가를 정한 것은 아주 성공적인 결정"이라면서 "이미 수 년간 상대적으로 성숙한 H주의 평균 할인폭 보다 낮은 수준으로 할인된 발행가로 성공적으로 유럽의 주요 장기투자자와 기관투자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또, "아주 좋은 시작을 보였고 앞으로 유럽 투자자의 하이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투자가치도 더 인정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 유럽시장 본격 공략 '팔 걷었다'
중국 A주 시가총액 800억 위안이 넘는 대기업인 하이얼이 D주 상장에 나선 것은 유럽시장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시장을 확대해 세계적인 가전업체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야심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하이얼 측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 중 일부는 이탈리아 가전업체 Candy 인수에 사용되고 대다수의 돈은 유럽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와 경영 활동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 가전 생산능력을 제고하고 판매루트도 확대할 계획이다. 하이얼 브랜드 인지도와 연구개발(R&D) 능력 제고는 물론 유럽 현지기업 인수 등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지난달 말 하이얼은 공시를 통해 하이얼 자회사인 '하이얼유럽'이 4억7500만 유로에 Candy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캔디는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을 생산하는 1945년에 설립된 이탈리아의 가전업체다. 지난 2016년 하이얼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인수한 이후 대형 해외 M&A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하이얼은 M&A를 통한 해외시장에서의 외연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아시아·태평양, 호주, 아프리카, 미국 등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에서의 경쟁력과 입지 확대에 나선 것. 하이얼은 D주 상장에 앞서 "향후 하이얼의 M&A는 유럽 본토 브랜드를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특히 R&D 능력을 갖추고 세계를 시장으로 삼고 있는 기업을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이얼의 매출은 1592억5400만 위안으로 이 중 42%에 달하는 674억 위안을 해외 시장에서 벌었다. GE 가전부문 인수가 해외시장 매출 확대에 크게 기여했는데 무려 459억 위안이 GE의 매출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M&A 행보가 부채 부담도 키우고 있다. 올 6월 기준 하이얼의 부채율은 67.86%에 육박했다. 유이자부채 비중이 높은 것도 우려된다. 하이얼은 "유이자부채 규모를 줄이는 것이 이미 시급한 과제가 됐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세계화 전략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시장 확대는 하이얼 미래전략의 핵심으로 이를 통해 단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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