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는 아직까지 조금은 낯선 반려동물 페럿의 영상이 올라왔다.
워터파크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은주. |
영상에는 물이 절반가량 담긴 솥 모양의 뚝배기가 놓여있다. 페럿은 뚝배기에 몸을 반쯤 걸친 채 열심히 물을 파헤치고 있다.
물그릇치고는 지나치게 고풍스러운 것도 웃기지만, 이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한 찰랑거림이 재미를 더한다.
영상 속 페럿은 해미 씨가 키우는 페럿 두 마리 중 막내 은주다. 은주 위로는 오빠 남주가 있다.
해미 씨는 이들을 통틀어 주둥이라고 부르고 있다. 남주와 은주의 '주'에 쌍둥이의 '둥이'를 합성해 만든 해미 씨만의 애칭이다.
"은주야, 너 그러면 엄마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 왜 그래!" |
해미 씨 설명에 따르면 페럿은 장난기가 넘쳐 평범하게 물을 먹는 경우가 없다. 물장구를 치는 건 물론이고, 물그릇을 질질 끌고 다니거나 아예 뒤집어엎기도 한다.
이에 해미 씨는 은주가 물그릇을 엎어놓지 못하도록 본인도 들기 힘든 뚝배기를 구해온 것이다.
남주가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자 진실의 초록불이 켜졌다. 지잉~ |
그런데 어느 날부터 퇴근 후 집에만 오면 거실이 물바다가 돼 있었다. 속으로는 이미 범인을 특정했지만, 확실한 검거를 위해 해미 씨는 쉬는 날 방에 몰래 숨어있었다.
해미 씨가 숨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슬그머니 거실로 나가 살펴보니 역시나 은주의 짓이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은주는 이후 엉덩이 맴매형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주는 해미 씨가 입양하기 전 생후 5개월 만에 두 번의 파양을 겪은 과거를 갖고 있다.
마음 속 상처가 깊어서인지 페럿치고는 유난히 얌전하고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고 한다. 입양 당시에는 이상행동도 많이 보였으나, 시간과 사랑으로 보살핀 결과 현재는 해미 씨밖에 모르는 엄마바보가 됐다.
이렇게 예쁘지만, 관리가 어려워 유기되는 페럿이 많다. |
은주는 남주가 외로울 것 같아 입양한 여동생이다. 남주의 우울증이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난히도 장난을 잘 치는 은주를 데려왔다.
덕분에 남주의 증세가 나아지긴 했는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밥 먹을 때만큼은 얌전하던 은주가 남주를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주는 유독 밥 먹을 때 똑같은 사료인데도 골라 먹거나 한 알씩 해미 씨 신발에 넣어놓곤 한다. 이 같은 행동을 은주가 똑같이 보고 따라 해 해미 씨는 매일 외출하기 전 신발을 터는 습관이 생겼다.
엄마바라기 남주. |
해미 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남주와 은주가 소개돼 페럿의 인기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페럿의 작은 몸집과 귀여운 외모에 혹해 키우다가 관리가 어려워 유기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도 많은 언론은 페럿을 개와 고양이처럼 지능이 높으나 키우기 쉬운 반려동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여러 마리의 페럿을 키워본 입장에서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얘기라는 게 해미 씨 주장이다.
족제빗과 특유의 체취도 관리하기 힘들뿐더러 국내에 대중적이지 않은 반려동물인 만큼 진료 가능한 동물병원도 손에 꼽을 만큼 적고, 용품도 구하기 쉽지 않다.
사료 역시 전문 판매처 몇 곳과 페럿 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들에서만 판매한다. 인터넷으로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대비하지 못한 채 사료가 동난다면 며칠을 굶기거나 급한 대로 고양이 사료를 급여하는 상황이 생긴다. 여러모로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해미 씨는 남주와 은주가 아프진 않을까 늘 걱정을 달고 산다. |
때문에 해미 씨는 수시로 주둥이들의 건강을 확인한다고 한다. 해미 씨는 "페럿을 진료할 수 있는 병원 자체가 적지만, 그나마도 밤중에는 문을 닫아 끙끙 앓아야만 한다"며 "우리 주둥이들 아프지 않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양의 아픔을 겪었던 남주에게 "다른 집으로 가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며 "지난날 아픔은 모두 기억에서 지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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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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