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장 선임 규정을 둘러싸고 DGB금융그룹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은 '학맥 다툼'이 이번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 4월 박인규 전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사퇴한 이후 7개월째 후임자를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지배구조 규정을 바꾸고, 지주회사 이사회가 대구은행장 후보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행장 자격 요건도 강화했다.
하지만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는 이에 반기를 들었다. 사외이사 5명 전원으로 이뤄진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위원 가운데 조해녕·서인덕 사외이사가 김 회장과 경북고 동문이고, 김 회장 본인도 자추위원에 포함돼 대구은행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DGB금융은 그동안 김태오 회장이 졸업한 경북고과 박인규 전 회장이 나온 대구상고(현 대구 상원고)·영남대 출신이 계파를 형성해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두 달 만에 인적쇄신을 이유로 11명의 임원을 내보냈다. 문제는 이 가운데 9명이 대구상고 또는 영남대 출신의 이른바 '박인규 라인'이었다.
하지만 대구은행은 지주사와 정반대 상황이다. 대구은행 임추위를 구성하는 김진탁 이사회 의장과 서균석·김용신·서인덕 등 4명의 사외이사 중 1명은 대구상고, 3명은 영남대 출신으로 모두 박 전 회장과 학연으로 얽혀 있다. 은행 부행장급 이상 임원과 사외이사 대부분은 대구상고 출신이다.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난 5월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한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과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도 모두 박 전 회장과 같은 영남대 출신이다.
서로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 지주와 은행이 출신 학교에 따라 갈라져 갈등만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차기 행장 선임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자격 요건 강화도 좋지만,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노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에서 대구상고와 경북고 출신의 득세는 오래 전부터 조직문화의 가장 큰 병폐로 꼽히고 있다"며 "특정 학맥에 의해 그룹 전체가 좌지우지 된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