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베트남을 장기적 전략 생산 거점으로 삼고 투자 확대에 나선다.
베트남은 중국 등에 비해 인건비가 낮은 수준인 데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산업 인프라도 양호한 편이다. 또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해외 기업에 법인세 인하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30일 베트남 하노이로 출장을 떠나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에 나서는 등 베트남 생산 거점화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응우옌쑤언푹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많은 나라에 투자했지만 베트남처럼 기업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해결해주는 나라는 많지 않다"면서 "베트남에 대한 장기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돌아가면 간부 회의를 소집해 총리께서 제안하신 것처럼 베트남에 투자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앞서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사업 규모와 범위를 계속 확대해 베트남을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거점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전략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베트남 출장을 계기로 생산거점 확대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새로운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기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스마트폰과 가전 등이 중국 업체 등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만큼,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 등으로 사업 거점을 옮겨 돌파구 모색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베트남이 매력적인 투자처인 동시에 경제성장률이 7.0%(올 3분기 기준)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삼성 제품의 생산·소비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과 타이응우옌 두 곳에서 삼성 스마트폰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연간 1억50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제3의 휴대전화 공장을 건립하는 논의가 오갔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기간 중 호찌민에 있는 TV·가전 공장 등도 방문해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가전사업 전략을 새롭게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 등은 국내 시장에서 LG전자와 함께 주도권을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 자릿수 점유율을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인건비가 저렴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판매 역시 늘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국민기업으로 불릴 정도로 베트남 국민들의 호감도도 높아 사업환경이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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