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나중에 편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공부하기 싫다고 안 하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시간에 쫓겨 산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생활에다 학원 2~3개 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먼 훗날 어른이 된 아이들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 일과 삶의 균형)'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아이들의 시간을 미리 빼앗는 것과 같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피아노학원, 영어학원, 수학학원, 태권도, 논술학원 등 또 다른 학원으로 향한다. 그야말로 학원을 뺑뺑이 돌리며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소연해도 "다 널 위해서야" 한마디로 말문을 틀어막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빡빡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아이들은 점점 '스라밸'을 잃어가고 있다.
스라밸이란 '스터디 앤드 라이프 밸런스(Study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교육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스라밸을 잃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쌓일 대로 쌓이고 있다. 지난해 한 어린이재단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평일 휴식시간은 초등학교 48분, 중학생 49분, 고등학생 50분이다. 전국 초·중생 190명 중 62.6%(119명)가 평소 늘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고3 수험생 1619명 중 15%(243명)는 수능 이후 '수면 등 휴식'을 가장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지나친 학업 강요로 스라밸 없는 삶을 살아온 아이들은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진다. 불안감과 우울증, 무기력증이 쌓이게 된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잠시 접어둔 아이들은 되레 학업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적응하지 못한다. 결국 부모들이 그토록 원하던 아이들의 행복은 온데간데없다.
어느 부모와 아이가 이런 상황을 원하겠는가? 하지만 공부와 휴식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간다면 그 불행은 언제든지 피폐한 마음속을 파고들게 될 것이다.
다행히 당신의 자녀가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삶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치자. 과연 그들은 '워라밸' 있는 삶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행복한 삶도 학습이 필요한 시대다. 숨 막히는 경쟁사회에서 한 발 앞서나가는 방법도 좋지만, 그래도 가끔은 멍도 때릴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의 '워라밸'을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은 쳇바퀴 돌 듯 학원을 뺑뺑이 도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스라밸'을 즐길 줄 아는 지혜를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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