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코스닥 상장법인 대주주가 지수 추락에 웃었다. 미리 발행했던 전환사채(CB) 전환가를 떨어진 주가에 비례해 낮춰서다. CB 발행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에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붙인 대주주가 많았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코스닥 상장사가 발행한 142개 전환사채(CB) 전환가가 10월 이후 하향 조정됐다. 코스닥이 5% 넘게 빠졌던 10월 29일 하루에만 24건에 달하는 전환가 조정 공시가 나왔다.
가뜩이나 올해 들어서는 CB 발행이 부쩍 늘었다. 발행액은 올해 들어 9월까지 3조3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넘게 증가했다. 전체 발행액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CB 발행을 늘렸을 수 있다. 이 펀드는 벤처기업 신주나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총자산 가운데 15%까지 편입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도 CB 발행에 나설 수 있었다. 발행 조건도 대주주에 지나치게 유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 대주주에 부여하는 콜옵션 비율은 CB 발행 물량 가운데 30% 안팎으로 정해져왔다. 이에 비해 올해 들어서는 50%를 넘어서는 CB도 적지 않았다. 콜옵션은 CB 투자자에게 되팔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어 10월 29일 CB 전환가를 낮춘 인텔리안테크와 엠플러스는 콜옵션 행사 비율을 각각 60%와 50%로 잡았다. 이뿐 아니라 콜옵션 비율이 70%를 넘나드는 CB까지 나오고 있다.
코스닥은 10월에만 21% 넘게 내렸다가 이달 들어서는 7% 가까이 되올랐다. 즉, 적지 않은 코스닥 상장법인 대주주가 10월 집중적으로 CB 전환가를 낮췄고, 전환권을 행사하기에 유리해진 것이다.
애초 CB 전환가 조정은 상품성을 높이려고 도입됐다. 지금까지는 대주주 측 콜옵션 비율이 높지 않으면 이런 혜택을 기관투자자가 챙겼다.
문제는 일반투자자는 이런 과정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CB가 대주주나 기관에만 유리하게 주식으로 바뀌면 일반투자자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전환권 행사가 대규모로 이뤄진 다음 주식 매물이 대거 쏟아지기도 한다.
전환가 조정 한도나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전환가 조정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환사채 상품성이 낮아지지 않게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법인이 2017년 CB 전환가를 조정했다고 공시한 횟수는 811건에 달했다. 이에 비해 올해 들어 이달 2일까지는 745건에 이른다. 연말까지 2개월 가까이 남은 상황에 전년 대비 92%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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