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상으로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많이 꺾였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2%를 기록해 전주(0.03%)보다 0.01%포인트 축소됐다. 8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도 3개월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집값 상승률 둔화는 무엇보다 매수세 실종으로 인한 '거래절벽' 현상에 기인한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매도세와 매수세의 '눈치보기'가 치열해진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달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58건에 그치고 있다. 아직 영업일이 20여일이나 남았지만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9월 거래량(1만2334건)과 비교했을 때 감소세는 뚜렷하다. 양도세 중과 시행과 함께 거래가 실종됐던 5월(5461건)과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안정화'가 아닌 '숨고르기'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 집값이 주춤한 현상은 공급이 아닌 수요를 인위적으로 통제해 나타난 것이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줄어든 게 아니라 집을 살 수 있는 길이 막힌 결과로 보는 게 맞다.
규제에 적응이 되거나 균열이 생기면 대기수요는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각종 투기억제에도 결국 집값이 올랐다는 학습효과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시중에 풀려있는 1100조원 규모의 유동자금과 내년에 풀릴 20조원 규모의 토지보상비도 집값을 다시 들썩이게 할 변수다. 증시 등 금융시장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별다른 퇴로가 없다면 시중 유동자금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가 만든 거래 실종과 수요 잠복을 놓고 집값이 잡혔다고 안도하는 건 섣부른 생각이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누르는 힘이 클수록 뛰어오르는 반발력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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