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후 미국 증시는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중간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6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번 중간선거 이후에는 다른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밤 CNBC 트레이딩 네이션’에 출연해 “이번 중간선거는 다른 때와 다르다”면서 향후 증시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선 불안감이 크다. 분노도 크다. 이번 중간선거는 과거 중간선거들과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증시를 전망할 때 과거 중간선거 이후 기록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를 되짚어보면 중간선거 전 몇 주 동안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그러다가 중간선거가 끝나면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투심이 안정되고 상승한다. LPL파이낸셜의 자료에 따르면 1950년 이후 미국 증시는 중간선거 이후 연말까지 10% 이상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간선거보다 펀더멘탈이 증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쉴러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중간선거는 앞으로 증시에서 극적인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거의 예측불가다. 그것은 단지 시장 심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그렇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투자자들이 중간선거를 넘어 무역 전쟁, 금리 인상, 기업 실적, 경제 및 시장 추세 등에 더 주목하고 있다면서 올해 시장은 중간선거 효과보다 이들 변수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6일 전망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시장에서 중간선거보다 더 존재감이 큰 것은 3분기 기업 실적과 연준 통화정책과 같은 경제 이벤트라고 강조한다.
시카고 소재 노스스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에릭 쿠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WSJ에 “시장에 강한 맞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상당한 애를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준의 금리인상 여부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주시하는 부분이다. 연준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렸다. 오는 7~8일로 예정된 정례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예상되지만 12월 회의에서는 다를 수 있다. 6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5.0%로 반영했다.
지난 5일 자정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 이란 경제 제재가 글로벌 에너지업계에 미칠 파장도 변수다. 공급 감소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국제유가는 제재 단행 후에도 글로벌 경제 둔화 신호 속에서 수요 감소 우려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도 불확실성을 더하긴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합의를 위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단시일 내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글로벌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10월에 2017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WSJ는 전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도 크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의 순익 증가율이 올해 4분기에 15%, 내년 1, 2분기에는 6%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교하자면 3분기에는 전년비 24% 순익 증가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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