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법을 만드는 입법(立法)은 이제 더이상 정부나 국회의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시민이 주도적으로 법을 만들거나 바꾸는 새로운 트렌드(trend)가 자리 잡고 있다. 내 삶에 필요한 법이라면 누가 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만든다. 입법을 위한 플랫폼(platform)도 다양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블록체인 등 정보기술(IT)과 정치가 만나면서 직접민주주의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SNS는 필수다. 자신의 의정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회의원 SNS가 홍보가 아닌 입법의 장이 된다면 어떨까.
20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인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32)은 SNS를 새로운 직접민주주의 ‘판’으로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바로 ‘내일티켓’이다. 그는 국민이 입법을 직접 제안하는 디지털 참여 민주주의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8일 김 의원실에 따르면 내일티켓은 국민 누구나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을 요청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평소 생활하면서 느꼈던 개선돼야 할 문제점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한 생각을 100자 이내로 적어서 올리면 된다. 별도의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 없다.
이와 별도로 법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내일티켓 영프론티어’도 진행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직접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학생 3~4명이 한 팀을 이루고, 김 의원실 보좌진 한 명이 팀을 맡는다. 학생들이 아이디어 등을 제안하면 보좌진은 해당 아이디어가 법이 될 수 있는지와 법의 한계점이나 구조 등 정책적인 부분을 설명을 해주는 식이다.
현재까지 840건의 티켓이 올라와 있으며 이 가운데 59건은 실제로 발의됐다. 대표적인 법안은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무인주문기계(단말기)를 장애인·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남녀가 동일한 임금을 받을 권리를 제도화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국민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국가정보화 기본법 개정안’ 등이다.
내일티켓은 김 의원이 직접 기획했다. 그는 참여 민주주의 확대를 의정 활동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인 자신이 갖고 있는 입법권을 국민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홈페이지 첫 화면을 내일티켓으로, 마지막 화면을 ‘김수민’으로 배치했다.
김 의원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평소 택시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택시기사님들이 항상 정치를 욕하신다. 친구들과 대화를 해봐도 마찬가지”라며 “예전보다 시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는데 참여할 기회는 여전히 적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인데 여전히 300명인 극소수의 정치인만이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효율성과 대표성이 극히 떨어지는 구조가 결국 정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에 대한 비난을 비판으로, 불신을 신뢰로 바꿔서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접근성과 희소성을 없애기 위해 참여 민주주의 플랫폼을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청년들 반응도 뜨겁다. 내일티켓 영프론티어 프로젝트를 통해 ‘온라인 성희롱 방지법’을 만든 유승현씨(숙명여대·22)는 “온라인 성희롱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은 기성세대 국회의원들이 모르는 지점이라 우리 법안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에 따라갈 수 있는 법이 필요한데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 기술과 함께 법도 빠르게 발전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