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기회의 땅 아프리카가 열린다'..아프리카 '新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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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11-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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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적·물적 자원의 보고 아프리카 선점 위한 경쟁 치열

  • 일대일로 내세운 중국, 막대한 자본 앞세워 역내 존재감 확대

  • 전통 강자 외 아시아 국가들도 앞다퉈 기회 모색

[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 9월 터키 건설회사 MAPA는 가나 코토카국제공항의 제3 터미널 신축 공사를 마쳤다. 필리핀 전력 공급업체 메랄코는 가나의 국영 전력 공급업체 ECG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출자를 계획 중이다. 가나의 독립영웅 콰네 은크루마의 이름을 딴 교차로는 브라질 건설회사 퀘이로즈 갈바오가 짓고 있다. 

가나는 아프리카와 세계의 접점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아프리카는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된 서구 열강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해 인프라 개발이나 경제협력 등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맞춰 세계 각국은 과거 아프리카를 호령하던 서구 열강들을 제치고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서 경제·전략적으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프리카의 위상도 달라졌다. 아프리카가 유리한 비즈니스 제안을 선택하고 요구하고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아프리카의 마음을 사기 위한 중국의 공세는 독보적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아프리카를 ‘운명공동체’로 칭하며 '같은 편'임을 강조한다. 막대한 투자와 차관도 제공한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중국-아프리카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이 2016년까지 10년 동안 아프리카에 쏟아부은 돈은 1250억 달러(약 142조)에 달한다. 지난 9월에는 아프리카 53개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베이징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향후 3년 동안 600억 달러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의 야심은 서구의 뒤늦은 견제와 경쟁을 촉발했다. 대외원조에 비판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의 초당적 지지로 통과된 ‘개발촉진을 위한 투자활용 향상법안(BUILD)’에 최종 서명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개도국 투자를 관장하는 해외민간투자공사(OPIC)는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라는 새로운 기구로 재탄생하게 됐으며 개도국 인프라 투자 한도도 600억 달러까지 두 배나 높아졌다.

유럽은 아프리카에 새로운 관계를 약속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이 제국주의 이후 세대임을 강조하면서 식민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와 함께 협력하는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8월에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나서면서 브렉시트 이후 수출시장 확보를 목적으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아프리카와 오랜 인적교류 전통을 가진 인도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인도는 미국을 대신해 나이지리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발돋움했다. 인도와 아프리카와의 무역 규모는 2001년 72억 달러에서 2014년 780억 달러까지 10배 넘게 늘었다.

터키와 러시아 역시 2016년까지 10년 동안 아프리카와의 무역 규모가 각각 142%, 192% 증가한 것으로 브루킹스연구소 자료는 보여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지휘 아래 터키는 아프리카에 대사관을 세우고 수출신용기관을 열었다. 터키항공은 현재 40여 곳의 아프리카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러시아도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와 군사협력을 체결하고,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에 무기를 판매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올해 6월 에티오피아에 외환위기를 피할 수 있도록 30억 달러를 지원했다.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에너지 부분에 1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의 저자 하워드 프렌치 컬럼비아언론대학원의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냉전 종료와 함께 서방은 아프리카에서 서서히 발을 뺐다.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었다. 뒤질세라 인도, 베트남, 터키, 말레이상, 브라질, 러시아, 중동 국가들이 아프리카로 밀려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자 평균연령 19.5세의 12억 인구까지, 아프리카는 거대한 인적·물적 자원의 보고로 통한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까지 두 배 증가가 예상되며 2100년까지는 네 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수준의 개선을 차치하고서라도 인구의 순증만으로 향후 수십년 간 거대한 내수시장과 강한 성장을 보장하는 셈이다.

다만 걸림돌도 적지 않다. 정치·사회적인 불안정성이 여전히 크고 정치 지도자들의 의사 결정과정이 불투명하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막대한 돈이 투입된 일부 프로젝트는 수익성이 나빠 상환이 어려운 처지다. 아프리카 쟁탈전이 ‘신(新) 식민주의’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륙 차원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해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고 우수한 투자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유엔 아프리카경제위원회의 베라 송웨 국장은 FT를 통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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