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그동안 시조라는 하나의 장르를 어렵게만 생각하던 독자들에게 시집, 비평집, 산문집 등으로 보다 내밀하고 가까운 세계를 제시해왔다. 이번 시집에선 시인의 더 농밀해진 존재의 본질 탐구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은 나이 들어감에 따라 겪게 된 자연스러운 인식과 생의 한가운데를 버티고 서 있는 자아를 만나게 한다. 어쩔 수 없음에 이르지 않고, 끝없이 새로운 욕망을 출현시키면서 생(生)을 갱신한다. 그 방향성이 시집에 수록된 67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집의 표제작처럼 ‘모자’의 안과 밖의 서로 다른 세계를 동시에 인식하면서 ‘비우기’와 ‘채우기’의 연속이었던 지난 삶을 회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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