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는 홀로 살아남은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이 요즘 국회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높이고 있다.
6개월 차 ‘신입 초선’이지만, ‘예산통 30년’ 경력을 제대로 살리면서다. 송 의원은 지난해 6월까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2차관이었다. 2013년 기재부 예산실 예산총괄심의관, 2014년부터 기재부 예산실장을 지내는 등 기재부에서만 20여년 몸담은 ‘예산 전문가’다.
예산 정국에서 한국당은 송 의원을 대표 선수로 전면에 내세웠다. 송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으며, 예산안을 꼼꼼히 뜯어보는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도 역할을 맡았다.
송 의원은 예결특위 위원으로 투입되자마자, 행정고시 3년 선배인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2019년도 예산안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활약했다. 그는 15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도 “세금중독 예산인 소득주도성장 예산, 직접 일자리 예산, 북한 퍼주기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정부는 국회에 올해보다 9.7%포인트 증가한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예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슈퍼 예산안’이다. 이 가운데 일자리 예산은 23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송 의원은 특히 직접 일자리 예산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다. 그는 동료 의원들,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일자리 예산 관련 조찬 모임까지 하며 ‘열공’ 중이다.
송 의원은 “정부가 나서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기업의 고용을 유지하는 대가로 정부가 돈을 주는 예산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여당이 직접 일자리 예산은 16% 수준이라 한 데 대해 “16%가 아니라 단 1%라도 문제가 있으면 줄여야 한다”며 “문제가 있는 예산은 과감하게 메스를 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자리 예산으로는 고용유지 장려금과 실업급여를 꼽았다. 정부는 고용불안 계층의 채용과 일자리 유지를 돕고자 자금을 지급하는 ‘고용 장려금’ 사업규모를 올해보다 60% 가까이 늘렸다. 실업급여 지원을 포함한 '실업소득' 사업을 약 20% 확대했다.
송 의원은 “일자리 예산 중 직접 일자리 예산, 고용유지 장려금을 합치면 40% 가까이 된다. 여기에 실업급여가 50%로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 고용은 당연히 유지돼야 하는 건데 정부가 돈을 보태주는 격”이라면서 “제대로 쓰는지 관리·감독이 안 되다 보니까 소위 브로커들이 예산을 빼먹는 등 악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눈여겨보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올해보다 14.3%포인트 확대한 1조1005억원을 책정했다.
송 의원은 1조원 안팎의 총액보다 ‘비공개’ 예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여당은 자꾸 남북협력기금 총액을 이야기하는데, 65%가량의 비공개 예산이 문제"라고 질타했다. 과거 정부에선 남북관계가 경색된 만큼, 실제 집행이 안 된 데다가 비공개 예산 비중도 15~20% 수준에 머물렀지만, 현 정부 들어 60%까지 비정상적으로 올랐다는 게 송 의원의 주장이다.
송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국내 실업자가 생기든, 청년 아르바이트, 아파트 경비원, 식당 주방 아주머니들이 전부 해고가 되든 뭐든 간에 깜깜이 예산으로 무조건 퍼주겠다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상임위와 예결위 의원들이 비공개라도 심사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깡그리 무시하고 ‘국회든 국민이든 너희는 알 바 없다, 내 주머니의 돈이니 내 맘대로 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산정국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불거진 ‘경제 투톱’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 소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예산 심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경제 수장들을 바꾼 적은 없기 때문이다.
송 의원은 “청와대가 그만큼 재정·경제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라면서 “경제가 개판이 되든, 재정이 구멍이 나든 관심 없고 자기 말 안 들으면 날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체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선 “각료들과 국무위원들을 싹 다 바꾼다 한들 정책을 안 바꾸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문제라는 것이다. 송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소득주도성장이 무슨 성장 정책이냐”면서 “근데 그걸 계속하겠다고 대못을 박고 있지 않나. 부총리가 누가 되든 간에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위원으로 확정된 예산소위에서는 “쓸데없는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등 공무원들이 자기 멋대로 엉망으로 쓰는 예산을 삭감해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산소위에서는아울러 필요한 예산과 관련해선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SOC 예산들, 특정지역에 대해 감액한 예산들, 미래세대를 위한 R&D 예산 등을 정상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송 의원이 언급한 ‘특정 지역’은 대구·경북(TK) 예산이다. 내년도 TK 예산액은 지난해 보다 1143억원 줄고, 요청안보다는 4114억원이 삭감됐다. 따라서 TK에 지역구를 둔 송 의원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예산들이 확인됐다”며 “필요 없는 부분은 도려내고, 필요한 부분은 채워서 TK 발전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