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진'에 얼어붙은 세계 자동차 시장, 그래도 '중국'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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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11-2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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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중국 자동차 판매량 전년 동비 11.7% 급감, 1~10월 30년래 첫 감소

  • 무역전쟁, 소비둔화 등 대내외 변수 영향, 세계로 번지는 그림자

  • 그래도 중국이 희망, "소비 둔화 심각하지 않아, 잠재력 여전히 상당"

[사진=중국신문사]


늘어나는 중산층, 빠르게 추진되는 도시화 등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중국 자동차 업계의 표정이 얼어붙고 있다. 무역전쟁, 경기하방 압력, 환경오염 등에 따른 정책 변화 등의 영향이다. 중국의 부진과 무역전쟁의 그림자는 세계 자동차 시장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그래도 여전히 중국에 희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10월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1.7% 급감했다. 이는 2011년 1월(-26%) 이후 6년래 최대 감소폭으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올 1~10월 자동차 판매량은 1930만대로 1.02% 감소했는데 이는 30년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컨설팅업체인 LMC 오토모티브의 조나단 포스킷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최근 내리막길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지난 28년여간 이어졌던 고속 성장기가 곧 끝남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젠후이(黃劍輝) 민생은행 연구원 원장은 중국 금융매체인 차이징(財經)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자동차 소비시장의 부진은 무역갈등 심화와 실물경제 둔화로 인한 시장과 소비 심리 악화가 원인"이라면서 "이에 따라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 증권은 "중국의 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자동차대출(특히 농촌지역)의 주요 플랫폼으로 떠올랐던 P2P(개인 대 개인) 금융이 당국의 단속에 흔들린 것도 악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구망(環球網)은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Markit)의 통계를 인용해 중국 신차 시장의 2018~2025년 연평균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011~2017년 연평균 성장률이 8%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급격한 둔화다. 단순히 시장 둔화를 넘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환구망은 투자를 적절히 억제하지 않으면 철강과 조선처럼 공급 과잉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진으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신차 판매량은 2900만대로 2위인 미국의 1900만대를 크게 웃돌았다. 맥킨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브랜드 및 수입자동차의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비중은 62%로 중국은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에 여전히 아주 중요한 시장이다.

닛케이신문은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환기를 맞았다며 2018~2025년 신차 판매량 증가율이 평균 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1년 이후 4%대 성장세의 절반 수준이다. 주요 원인으로 차량공유서비스 등 디지털화와 미·중 양국의 자동차 시장 둔화를 꼽았다.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그림자까지 더해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암울한 미래'가 예고됐다고도 했다.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공급업체가 중국 시장 공략과 비용 절감을 위해 막대한 돈을 중국에 투자했고 중국 자동차 산업의 빠른 성장 속에서 또 많은 수익을 얻었다. 이에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커졌고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충격도 커지게 됐다.

독일의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관계자는 "중국이 감기에 걸리면 전 세계가 기침을 한다"면서 "지난 수개월간 다임러, BMW, 포드 등 글로벌 업체가 중국 시장의 '겨울'이 왔음을 인식하고 올해 자동차 판매량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의 변화가 중국 자동차 시장의 완전한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여전히 중국에 희망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소비 둔화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HSBC은행은 지난주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의 소비 둔화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면서 "중국의 소비수요는 여전히 안정적으로 만약 둔화가 지속된다면 이는 기저효과의 영향이지 소비자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산 자동차 업체의 경우 상하이자동차의 10월 판매량은 8% 급감했지만 창청자동차, 지리자동차, 광저우자동차의 판매량은 각각 2%, 3%, 13%의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지원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겪었던 2009년과 2015년 당국은 구매세 인하와 일부 차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2009년 중국은 처음으로 1.6리터 이하 자동차의 구매세를 절반으로 줄였다가 2011년 이를 취소했다. 이후 2015년 10월 말 다시 1.6리터 이하 차량 구매세를 절반으로 낮췄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009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3%, 2010년에는 33% 증가했다. 지난 2015년 판매량 증가율은 4.7%에 그쳤지만 지원책이 나온 이듬해인 2016년 생산량과 출하량은 각각 전년 동비 14.5%, 13.7% 늘었다. 

실제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도 이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결정이든 중국을 넘어 세계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인 유럽과 미국의 잠재력은 이미 크지 않은 상황으로 다시 살아나기 위해 기댈 곳은 여전히 '중국'이라는 것.

올 9월 유럽 신차 판매량이 23% 감소했고 미국도 지난해 7년 연속 증가 기록에 종지부를 찍고 최근 내리막길을 탔다. 하지만 중국은 중산층이 계속 늘고 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도 많아 여전히 성장 가능한 공간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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