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혜경궁 김씨(@08__hkkim)’ 계정주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반대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 지사는 해당 트위터 주인이 자신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의 주장을 적극 부인하며 공식 석상에 여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반면 정작 해당 트위터 계정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전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18 철도정책 세미나’에 참석했다. 혜경궁 김씨와 관련해 연일 논란이 되고 있어 이 지사가 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그는 웃음을 띤 채 등장했다. 이 지사는 도서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수의 기자들을 보며 태연하게 “철도 정책에 관심이 많은가 보네요”라고 말했다.
탈당, 배후 세력 등 민감한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 지사는 “삼성바이오 사건이나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면서 “국민들의 삶을 해치는 부정부패에 대해 (혜경궁 김씨만큼) 관심을 가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19일 경기도청 앞에서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경찰이 17일 혜경궁 김씨 계정주가 김혜경씨라고 밝힌 뒤 처음 공식 석상에 서는 것이었다. 그는 분리수거용 상자를 들고 자택에서 나온 뒤 차를 타고 도청을 향했다. 이 지사는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 의원에게 이목이 쏠리는 것은 그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를 고발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해당 계정을 고발했고, 이후 사건이 경찰로 이첩됐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는 2013년에 처음 개설됐다. 그 당시에는 이 지사의 형을 공격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이 지사가 대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2016년 12월 31일 트위터를 보면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한테는 안 갈 테니”라고 돼 있다. ‘문어벙’은 문 대통령을 비하하는 말이다.
특히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합니다!”, “문 후보 대통령 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깐 그 꼴 꼭 보자구요. 대통령 병 걸린 놈보다 나으니까”라는 글로 민주 진영을 경악하게 했다.
혜경궁 김씨가 본격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올해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 때다. 혜경궁 김씨는 지난 4월 2일 트위터에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거면서”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한 트위터리안이 ‘김혜경씨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경기지사 후보였던 전 의원 측은 4월 4일 입장문을 통해 “트위터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라면서 이 지사 측에게 공동 명의로 트위터 계정의 실체를 밝히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은 거부했고, 결국 전 의원 단독으로 고발을 했다.
전 의원은 “혜경궁 김씨 사건의 본질은 오랜 기간 노무현·문재인 두 분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패륜적인 막말을 게시해 온 계정의 선거법 위반 소지에 대한 조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 의원은 6월 지방선거가 한참 지난 10월 돌연 혜경궁 김씨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애초 조사 의뢰 취지와는 다르게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정치적 소재로 활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 문제가 당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발 취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전 의원은 혜경궁 김씨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전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당 대표 선거에서 전 의원이 지지한 김진표 의원은 지난 2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문제는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당 지도부에 맡겨야 한다”면서 “당이 분열 요인을 증가시키는 결정을 성급히 내리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또 많은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