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홍 전 대표는 현재 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김 비대위원장의 언어는 진중하다. 김병준 체제의 성과로 ‘정치언어의 복원’이 가장 먼저 꼽힌다. 홍 전 대표의 막말이 사라진 자리엔 ‘국가주의’, ‘I노믹스’ 같은 담론이 들어섰다. 문제는 전달력이다. 학구적인 담론이 주를 이루다 보니 전달력이 떨어진다. 정치권에선 “아직도 학자 티를 벗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당은 술렁이고 있다. 홍 전 대표의 현실정치 귀환이 가져올 여파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홍 전 대표의 막말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다가 슬금슬금 기어나와 박 전 대통령을 빌미로 살아나 보려고 몸부림치는 일부 극소수 ‘잔박’들”(박 전 대통령 제명 직후),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지방선거 전 중진들을 겨냥해), “남북 위장평화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것이 남북정상회담 발표문”(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등이다.
홍 전 대표를 향한 비판도 시작됐다. 홍 전 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던 정우택 의원은 22일 “당을 폭망(폭삭 망하게 함)시킨 사람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당이 폭망하는 데 60% 정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내년 2월 말에서 3월 초 예정된 전대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의 전대 출마설 또한 계속 거론 중이다. 홍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 이후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단이, 바퀴벌레, 연탄가스 등을 서민적 언어라고 강변하며 “나는 막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 홍 전 대표다. 그의 언어가 바뀔 것이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TV 홍카콜라’에서 더 거친 막말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 전 대표의 막말이 한국당엔 되레 악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러 정당은 홍 전 대표의 복귀를 두 손 들고 환영했다. 그것도 공식 논평을 통해서다. “홍 전 대표가 꼭 한국당의 종신 대표직을 맡아서 수구보수의 소멸이라는 대업을 이뤄주길 바라고 있다”(최석 정의당 대변인)는 비아냥이 대표적이다.
정치언어를 복원한 김 비대위원장은 홍 전 대표의 귀환에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발언의 강도가 높아졌다.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 해촉 사태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그는 이날 강한 인적 청산 의지를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조강특위가 쳐놓은 기준이 있다. 조사 결과의 그물망이 있는데, 이 그물망을 빠져나왔지만 (비대위원장 입장에서)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분들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저는 비대위원장의 권한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다음 지도부가 다시 복귀시키든 아니든 혹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이 돼 들어오시든 저는 신경 쓰지 않겠다. 어떤 당내의 비판과 비난도 감수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강특위를 통과한 의원이라도 당의 미래를 위해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 인적 청산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한 재선의원은 해당 발언을 전해듣고 “(김 비대위원장이) 현역의원들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운 편이었는데···”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언어에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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