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 문준용 씨가 무죄면 혜경궁 김씨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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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아주경제 논설고문
입력 2018-11-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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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아주경제 논설고문 겸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검찰에 수사를 받으러 가기에 앞서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언급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혜채용 의혹은 허위라는 것을 확신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혜경궁 김씨’의 준용씨 관련 트윗이 유죄가 되려면 먼저 특혜채용 의혹이 허위로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이 사건을 친문, 더 나아가 문 대통령과의 대결로 끌고 가는 초강수를 던졌다고 할 만하다. 이 지사는 그동안 ‘친형 강제입원’ 의혹,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전방위 수사를 받으며 경찰의 촉수가 권력 핵심부에 닿아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일 때 아들 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은 2016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본선에서도 논란이 벌어졌고 언론에도 여러 차례 상세히 보도된 내용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SNS를 통해 "나는 공직을 이용해 아들을 취업시키지는 않았다"며 문재인 후보를 정면 겨냥한 적도 있다.

대선 당시 민주당은 야당의 의혹제기에 대해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중요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거나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어떻게 보면 준용씨에 대한 취업 특혜의혹은 사실의 진위 여부를 다투는 것이라기보다는 ‘사실에 대한 관점 또는 의견’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혜경궁 김씨를 수사하려면 문 대통령과 준용씨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지사의 법적 대응논리라는 차원을 넘어서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 지사의 수사를 둘러싼 민주당의 갈등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 싸움의 발단은 본래 민주당의 경기도 지사 후보 경선 때 전해철 의원이 경기도 선관위에 제출한 ‘@08_hkkim’ 계정의 트위터에 올라 있는 “패륜적 내용의 사실관계를 밝혀달라”는 고발장이다. 전 의원 측이 이때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이 계정의 트윗 중에는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합니다" "문 후보 대통령 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깐 그 꼴 꼭 보자구요" 등이 들어 있다.

그 트윗에 나오는 "문죄인" "문어벙" "노무현 시체팔이" “문재인 아들도 특혜준 건? 정유라네” 같은 표현은 나이든 사람들이 쓰는 언어와는 거리가 멀다.이 지사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을 향해 “당신 딸도 세월호에 탑승해서 똑같이 당하세요” 같은 막말 저주도 들어 있다.

만약 경찰 수사대로 이 지사의 자택 IP에서 이런 트윗이 올라온 것이 사실이라면, 친문이 혜경궁 김씨로 지목하는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아니라 이 지사의 다른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측근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이 지사나 그의 아내에게 묻기는 어려워진다. 물론 가족 및 측근 관리를 잘못했다는 비난은 가능할 것이다.

이 지사는 고위 당직이나 국회의원, 장관을 맡은 적이 없는 변방의 수령이었다. 성남시장 재직 당시 이 지사는 메이저 언론이 조명을 비추지 않을 때 촌철살인의 정치논평과 포퓰리즘 정책을 SNS로 확산시키며 일약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글과 말은 많은 논란을 낳았고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스쿨 새뮤얼 프리드만 교수(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30초 룰’을 이야기했다. 인터넷에 올리기 전에 지금 올리는 글이 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30초 정도라도 생각한 뒤에 ‘보내기’를 클릭하라는 것이다. 한번 인터넷에 올린 글은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하다. 자기 컴퓨터에서 딜리트를 아무리 눌러도 수많은 사람의 컴퓨터로 퍼져나간 내용은 지울 수가 없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 이 지사는 SNS로 흥해 SNS로 망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 주변에선 “안희정 날아가고, 이재명 잡고, 박원순만 남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안희정 전 지사는 자기 관리를 못해 스스로 나락으로 굴러떨어졌기 때문에 친문 주류의 공감대와는 무관하다. 박 시장의 경우는 조금 미묘하다. 민주당이 박 시장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들어준 것 같지는 않다. 여당으로서는 내년이면 총선 시즌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올 정기국회에서 개혁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도 있었다.

이 사건은 이 지사의 정치적 명운은 물론이고 차기 대권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사법적 진실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수사는 아니다. 인터넷 상의 접속기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없었던 증거를 만들어낼 수도 없다. 검찰은 정치적 파장을 고려함이 없이 공정한 진실 규명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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