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세를 보이던 중국 자동차 시장이 최근 경기둔화, 무역전쟁 타격과 도시지역 자동차 포화 등의 영향으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자동차 할부구매 및 오토론 등 자동차 금융시장은 여전히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황금알을 낳을' 준비에 한창이다. 중국 IT(정보기술) 공룡인 BATJ(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둥)가 앞다퉈 진출하고 본격적인 각축전을 시작한 것이 자동차 금융시장의 막대한 잠재력과 성장성을 반영한다고 중국 증권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 2015년 자동차 사업부를 만들었다.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차구매, 예약제작, 수리, 중고차 거래, 자동차 할부금융 등 무려 16개 업무에 시동을 걸었다. 시작은 중국 최대 제3자결제업체 알리페이(즈푸바오) 신용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자동차 할부금융이었고 이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관련 기업 투자에 나섰다.
알리바바 산하 후판산난(湖畔山南)지분투자기금과 상장사인 다오밍(道明)광학이 자동차 정비 등 애프터서비스 업체인 셰처왕(携車網)에 4000만 위안을 투자했고 알리바바 금융 관계사 마이진푸(앤트파이낸셜)의 소액대출 서비스와 다수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해 자동차담보대출 서비스인 '처먀오다이(車秒貸)'도 선보였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며 30분 내 대출 가능 여부와 액수를 알 수 있다.
텐센트는 시작부터 투자였다. 2013년 여러 업체와 함께 B2B(기업간) 중고차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유신파이(優信拍)'에 투자했고 2015년 1월에는 텐센트와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JD)닷컴이 자동차 전자상거래업체 이처왕(易車網)에 13억 달러의 거금을 베팅했다. 당시 이처왕 산하의 자동차 할부금융 온라인 플랫폼인 이신캐피털(易鑫資本)에도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것이 자동차 금융 시장 출사표가 됐다. 잇따른 투자로 텐센트는 C2C(개인간), B2B, C2B(개인 대 기업) 신차 및 중고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자동차 할부금융 업체까지 모두 확보했으며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 작업도 마쳤다.
바이두도 유부(優步), 톈텐융처(天天用車), 51융처(用車), 유신중고차 등에 투자했다. 이 중 유신중고차가 자동차할부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이두의 인터넷 금융업체인 두샤오만(度小滿, 과거 바이두금융)도 자동차 금융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징둥닷컴도 이신캐피털 투자로 관련 시장에 진출했고, 징둥 내 자동차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징둥자동차상청(商城)에서는 자동차 할부구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신문은 업계 전문가 전망을 인용해 "앞으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단순 대출 및 할부 외에 자동차 산업 전반과 관련한 금융서비스가 등장하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이와 동시에 IT 거물들을 필두로 관련 업체 진출이 늘고 시장도 확대돼 자동차 금융시장의 '황금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산업에 인터넷 등 IT 기술을 융합하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에 따른 지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현재 세계 2대 자동차 보유국이지만 자동차 거래에 할부·대출 등이 활용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2016년 신차 시장의 경우 침투율이 35%로 세계 평균인 70%의 절반에 그쳤고 중고차 시장 침투율은 10~15%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 평균인 50%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중국 신차 시장 성장률은 크게 둔화됐지만 도시화, 중산층 증가 등으로 아직 성장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고차 시장은 가파른 상승기류를 탔다. 지난해 중국 중고차 거래량과 거래액은 각각 1240만대, 8093억 위안으로 최근 2년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막대한 차량 보유량이 늘고 있는 추세라, 잠재력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금융시장도 고속성장 중이고 전망도 밝다. 중국 첸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중국 자동차 금융시장 규모는 2180억 위안 정도였지만 2014년 6000억 위안, 2016년 9566억 위안으로 껑충 늘더니, 지난해 1조1623억 위안으로 1조 위안을 돌파했다. 올해는 1조3854억 위안에 육박하고 오는 2020년이면 2조 위안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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