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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 신(新)남방 정책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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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8-11-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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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안보·경제적 이익에 민감한 지역, 패권 틈새 파고들면 실리 확보 가능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현 정부가 대외 정책으로 꺼내든 카드 중의 하나가 신(新)남방 외교이다. 남방이란 우리를 기준으로 지리적으로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ASEAN 10으로 불리는 동남아 국가들과 인도를 지칭한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센터가 서서히 이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정책 변화라고 평가된다. 세계의 공장이 중국에서 이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고, 산업화와 동시에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여기에 눈독을 들이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중국만을 쳐다보고 있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불안감이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보호무역의 빗장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과는 국가 간의 관계가 껄끄럽고 시장이 까다롭다는 것을 이유로 우리 시야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기업하는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제조나 무역을 하는 기업 공히 대안 생산기지 혹은 시장으로 여기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한 잣대로 이 지역을 살펴보면 우리 정부나 기업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결코 불리하지도 않다. 잘만하면 이 지역에서 우리의 이익을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경쟁국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프리미엄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는 선발주자인 일본이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자·전기, 기계, 화학 등의 분야에서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일본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중국도 적극적인 공세로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내수 시장이 부진한 것도 중국 기업들이 이 시장으로 방향을 트는 또 다른 원인이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미끼로 인프라 시장을 독차지하겠다는 포석을 바닥에 깔고 있기도 하다. 이 두 나라는 엄청난 자금 공세를 퍼부으면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의 아시아 패권 의지를 좌절시키면서 이 지역 국가들이 중국으로 편향되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인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의 국가들은 비동맹 노선을 견지하면서 특정 이념이나 패권 국가에 치우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한편으로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하여 반사이익을 노리기도 한다. 일례로 안보는 미국 편에, 경제는 중국 혹은 일본 편에 서기도 하면서 실를 챙기기에 능수능란하다. 이런 이중적인 행보가 때로는 불이익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글로벌 경제가 중국에 극도로 기울어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외면당하는 뼈아픈 경험을 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가 패러다임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이 지역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기도 한다. 1990년 대 중반까지도 해도 우리 기업들은 중국보다 동남아 시장에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었다. 당시엔 베트남은 잘 보이지 않았고,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 제조업은 물론이고 건설과 무역 분야에서 상당한 이익을 가져오기도 했다. 일본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도 이 시장에 대해 충분한 노하우와 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당시 세대들이 이제 거의 은퇴 연령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지만 일본·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디테일이 필요

이 지역 시장은 크게 세 부류로 구분된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 필리핀을 포함하는 광역 말레이반도 시장과 태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를 연결하는 인도차이나 반도 시장,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 대륙과 연결되는 인도 단일 시장이다. 이들 시장은 각각의 특성과 장·단점을 갖고 있다. 현재와 같이 베트남에만 몰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진출을 다변화해야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영리하면서 모방에 능해 단기간 내에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자존심과 명분이 강하면서 손도 커 IT·전자, 자동차 등 하이테크 산업에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반면 태국은 일본 기업의 제조 거점 성격이 강해 제조업보다는 유통이나 콘텐츠 등의 거점으로 활용해 봄직하다. 전략적 진출 거점을 정하고 인근 시장으로 파고드는 전술을 써야 한다. 또한 동남아 시장은 정부 프로젝트 시장의 경우 원주민, 단순 유통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지 상권을 쥐고 있는 화교와 연결고리를 가져야 한다.

결국은 일본, 중국과의 3파전이다. 힘이나 자금 측면에서는 우리가 이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벌써부터 신(新)남방 정책을 두고 적잖은 말들이 나온다. 구체적 알맹이는 없고 구호만 거창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류(韓流)를 경제적 이익으로 잘 연결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이에만 의존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일본·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일본은 텃밭이라는 인식 하에 이익 사수에 전념할 것이고, 중국은 현지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한 유통망 진입과 정부 커넥션을 통한 인프라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일본과는 거점 경쟁에서 업종과 국가가 겹치지 않으면서 시장을 나누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또한 이 지역 국가들이 미국·중국, 혹은 일본에게까지 보이고 있는 반(反)패권적 성향을 우리와의 호혜적인 협력 관계로 끌어내야 한다. 중국의 이기적인 접근에 대해서는 곳곳에서 잡음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지만 디테일이 있을 때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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