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네트웍스가 계간으로 발행하는 ‘보보담’은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2011년 여름호로 창간했다. 보보담은 총 5000부를 제작해 전국 800여곳의 공공도서관과 300여곳의 대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구독신청을 한 일반 독자에게 무료로 보낸다.
‘보보담’은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더불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관찰하고 취재한다. 독자적인 시선으로 찾아낸 아름다운 것과 사라지지 말아야 할 것을 공유하는 데 의의를 두고 발행하고 있다.
LS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자열 회장이 창간호부터 줄곧 보보담의 편집주간으로 잡지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만드는 사외보인 셈이다.
‘보보담’은 잡지 형식으로 발행되다가 5년 전부터는 소장해서 계속 두고 꺼내 읽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내용은 좀 더 학술적으로 바뀌었다. 구 회장은 최근 제작 실무자에게 "보보담을 죽을 때까지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보담’ 제작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손호영 팀장이 전한 말이다.
'보보담'은 처음에는 잡지적 성격이 강했지만 방향이 바뀌어 한·중·일 세 나라의 문화를 비교하는 전문 영역을 다루기 시작했다. 보보담은 우리나라 문화를 70% 정도 소개하고, 나머지는 중국과 일본의 유사한 문화를 비교한다. 일본에서 지사장을 오래 했었고 중국에 진출한 LS 계열사도 많은 구 회장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중국, 일본과 연계해 비교해 보는 것이 유익하고 흥미를 준다는 의미에서 편집 방향을 바꿨다. 이 같은 변화는 구 회장이 잡지의 형식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꺼내 볼 수 있는, 유산으로 남을 수 있는 책을 만들길 원해서다. 구 회장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역사·문화적으로 남을 수 있는 책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한다.
◆한·중·일 문화 비교 내용으로 편집 방향 전환
보보담이 한·중·일 문화 비교를 편집 방향으로 정한 것은 유사한 문화인 중국이나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넘어온 문화가 지역별로 독창성 있게 바뀌기도 하고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가서는 또 다르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여름호의 강화도를 조명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의 유사한 지역을 답사하고 비교해 보기도 했다. 가을호의 설악산 취재를 위해서는 중국의 화산, 일본의 요시노산을 다뤘다.
보보담은 인문학 잡지로 오래가는 경우가 적은 가운데 다른 잡지들과는 차별화된 내용을 기획 편집 방향으로 하고 있다. 구 회장이 청년들이 우리나라 문화를 알고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잡은 방향이다. 젊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잘 이해해서 글로벌 시대에 잘 전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구 회장의 바람이다.
보보담 책 표지 소개말에도 이 같은 취지가 나타나 있다. 보보담은 표지에서 “함께 걸으며 나누는 이야기인 보보담은 한국의 사람이자 그들이 처해 있는 자연이며, 또 그들이 자연환경과의 투쟁을 슬기롭게 이어오며 만들어놓은 문화이다.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과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결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과거로부터 현재를 가져오고, 현재로부터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그래서 보보담은 미래를 꿈꾸기보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인다. 그것이야말로 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방향을 전환한 뒤 책의 내용, 편집과 디자인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도 늘었다. 구독 신청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책을 발행하지 않고 온라인 전용으로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구 회장이 오프라인으로 책을 읽는 질감을 중시해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책의 표지도 일부러 한지 느낌이 나는 종이를 쓴다. 인쇄, 배송, 포장 비용만 분기에 3000만원이 든다. 온라인으로 발행하게 되면 단편적인 문화적 한계가 있고 긴 호흡으로 책 읽는 연습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 구 회장의 판단이다. 광고는 한 페이지만 들어가는 것도 책의 특징이다.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만드는 보보담에 독자들이 보낸 의견도 실린다. 한 독자는 이번 가을호에 “구자열 회장님이 좋은 문화 산업을 하신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구독 신청을 했는데 봄호와 여름호를 받고 난 후 얼마나 흐믓했는지 모릅니다. 내용을 여러 번 읽으면서 혼자 하늘을 보고서 몇 번이나 빙그레 웃었습니다. ‘보보담’을 펼치면 나오는 여러 주제들, 예를 들어 사찰·고인돌·석상·불교문화·돈대 등 현실감 나는 내용들을 몇 번이고 곱씹어 읽으며 책 속에 빠져 사색에 잠기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난해하기만 한 현실 속에서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와 평정을 찾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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