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와 이용자가 없다면 플랫폼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1인 창작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필수 기술인 블록체인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지금,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이가 있다. 디지털 콘텐츠 블록체인 스타트업 '픽션' 배승익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배 대표는 기존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창작자가 배급, 정산 등의 전 과정에서 대부분의 일들을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용자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에 머물고 있을 뿐, 이를 콘텐츠 성공에 대한 실질적 기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 일명 '픽션 프로젝트'다. 디지털 콘텐츠 마켓 플레이스 '픽션마켓'과 디지털 콘텐츠 배급망 '픽션네트워크'로 대형 플랫폼이 가진 막강한 권한과 역할을 창작자와 이용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탈중앙화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국내외에서 5년간 웹툰 콘텐츠 배틀엔터테인먼트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픽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 새로운 출사표를 던진 그의 노하우를 들어보기 위해 본지가 찾았다.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픽션의 파트너사인 배틀코믹스를 5년 동안 운영하면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한계와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대형 플랫폼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으로 창작자와 이용자가 소외되는 현재의 산업 구조에서는 업계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했고,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를 잘 살린다면 창작자와 이용자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픽션 디지털 콘텐츠 중에서 1인 창작 콘텐츠에 포커싱하고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면 창작자와 이용자가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웹툰과 블록체인 결합이 의미하는 것은.
"픽션이 발행할 토큰 'PIXEL(픽셀)'을 통해서 웹툰을 결제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에게 직접 투자할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기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의 마케팅, 번역, 정산 부분을 블록체인 상에서 구현하는 것이죠. 각각의 채널에서 이용자들은 관심있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소비하게 되며, 좀 더 많은 참여를 원할 경우에는 픽션마켓으로 쉽게 이동하여 활동할 수 있습니다. 웹툰은 대표적인 1인 창작 콘텐츠로, 국내외에서 이미 큰 시장규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웹툰을 필두로 동영상, 음원, 일러스트, 웹소설 등 다양한 1인 창작 디지털 콘텐츠 전반을 포괄할 것입니다."
-픽션마켓과 픽션네트워크란.
"보다 고도화된 1인 창작 생태계 조성을 의미하며, 여기에서는 창작자와 이용자가 콘텐츠 생태계를 주도하게 됩니다. 대형 플랫폼이 창작자와 이용자를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 창작자와 이용자들이 픽션마켓에서 콘텐츠의 창작과 관련하여 활발하게 협업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온라인 창작 협업 공간인 픽션마켓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는 픽션과 제휴된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 배포되고 유통됩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즐겨 찾는 채널에서 픽션마켓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이 같은 콘텐츠 배급 채널망을 픽션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픽셀토큰의 활용 범위는.
"픽션마켓과 픽션네트워크로 이뤄진 생태계에서 유통되는 공식적인 통화라고 보면 됩니다. 창작자에게 후원 또는 펀딩을 할 때 사용하며, 창작에 기여한 이용자에게 보상을 할 때도 사용되죠. 또한 픽셀은 창작자, 이용자 모두에게 하나의 투자수단이 돼 부가적인 수익의 원천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부의 블록체인 육성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정부가 하루빨리 블록체인에 대해 명확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해주길 바랍니다. 현재 블록체인 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불확실성이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규제를 최소화한 정책을 먼저 도입한 다음 산업의 흐름을 봐가며 유연하게 정책적으로 대응하면서 산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산업 초반에 규제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펼치고 지원을 했기 때문입니다."
-해외 진출 계획 및 향후 픽션의 로드맵은.
"1인 창작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과 소비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이미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고, 전 세계의 다양한 1인 창작자와 이용자들이 픽션마켓에 참여해 그들만의 콘텐츠를 꽃 피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에서는 내년 1분기 테스트넷을 오픈하고, 내년 2분기에 창작자와 이용자가 기본적인 협업이 가능한 마켓플레이스를 론칭할 계획입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