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현대차증권 등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4곳의 자산 합계는 56조6788억원, 당기순이익은 804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인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는 현대·기아차 캡티브마켓을 기반으로 지난해 47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금융계열 순익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카드, 캐피탈 등 여신금융 부문에서는 업계 중상위권을 차지하는 것과 달리 증권은 업계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최근 계열사에서 보험사를 완전 분리해 금융계열사 간 균형적인 성장이 부족한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를 보면 현대·기아차가 현대캐피탈(79.78%), 현대카드(48.44%), 현대차증권(32.39%) 등을 거느리고 있다. 또한 현대차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차녀 정명이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브랜드 부문장,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부회장이 현대커머셜(100%)을 지배하고 있는 형태다. 다시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지분 24.54%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각각 2788억원, 2724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중 단연 으뜸 수익성을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자동차 등에 대한 할부금융을 전담하는 캡티브마켓을 보유하고 있어 탄탄하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해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현대카드도 최근 카드산업 성장 둔화에도 현대·기아차 전용카드, 자동차 할부금융 확대 등 캡티브마켓을 바탕으로 지난해 194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면 현대차 등 계열사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증권의 순이익은 589억원으로 타 금융계열사보다 실적이 저조하다. 현대차증권은 순이익은 지난 2014년 71억원, 2015년 507억원, 2016년 409억원으로 성장세가 뚜렷하지만 여신금융 부문과 달리 계열사 지원에 비해 실적이 저조하다.
기존 금융계열사 중 한 곳이었던 푸본현대생명도 지난해 612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6년간 27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9월 2대 주주였던 대만 푸본생명이 현대모비스의 실권주 전량을 인수, 지분율 62.4%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에서 완전 분리됐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현대커머셜의 푸본현대생명 지분은 기존 50.65%에서 37.52%로 낮아졌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푸본현대생명이 계열사에서 분리되면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그룹 전체 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 과도한 내부거래, 금융그룹 전체 전이 위험 상존
그러나 캡티브마켓을 기반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던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앞날도 밝지만은 않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는 현대‧기아차와 연계한 자동차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어 만일 현대‧기아차의 시장 지위가 흔들리거나, 자동차 산업 자체가 위축될 경우 동반 부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그룹의 지원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까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됐다.
게다가 카드수수료 및 법정 최고금리 인하, DSR(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 규제 강화 등으로 카드 및 캐피탈 업권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현대차증권에 대한 계열사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고민도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연금자산 9조9000억원 중 9조8000억원이 퇴직연금으로 대부분이 현대차그룹 계열사 물량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계열사 의존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관련해 퇴직연금 계열사 밀어주기를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그룹 내 핵심 지원 주체로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가 자동차 판매 지원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으로 지원 능력이 약화된다면 금융계열사 전반으로 어려움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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