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역대 최장기 강세장을 뒷받침했던 저가 매수 움직임이 약해지고 있다. 2009년부터 계속됐던 증시 랠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인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인용,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후 매수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주간 낙폭을 기록한 후에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인데 약세장과 경기 침체가 동반됐던 2002년 이후 처음이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증시의 간판 지수인 S&P500은 주간 낙폭을 기록한 이후 첫 거래일에 반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주간 낙폭을 기록한 다음 날 S&P500이 평균 0.0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약세장 시작이나 약세장 가운데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설명이다. 특히 1982년과 1990년, 2002년에는 약세장과 경기 침체가 동반됐다.
자산운용사 뉴버거버먼의 조셉 아마토 수석전략가는 WSJ에 “저가 매수 사이클에 늦게 올라타면 더 위험하다. 저점이 매수 기회가 아니라 추가 하락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WSJ는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2009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 증시의 최장기 강세장이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가 부동선과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둔화 신호가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확장 영역에 있으며 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확장 여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점점 짙어지는 모양새다. 저가 매수 움직임이 연말로 가면서 더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종목의 경우 지난해 규제 강화나 높은 밸류에이션과 같은 공포 속에서도 투심이 꾸준히 뒷받침됐다면, 올해에는 페이스북과 엔비디아 같은 대표 기술 종목의 주가가 전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11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의 설문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중 글로벌 기술 종목에 ‘비중 확대’를 권고한 비중은 18%로 2009년 이후 최저였다. 이들 종목의 추가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들이 2009년 이후 가장 적었다는 얘기다.
주요 은행들의 투자 의견도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BAML은 최근 위험 선호도가 중간 정도인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 비중을 종전의 54%에서 50%로 줄이고 현금 보유는 6%에서 10%로 늘릴 것을 추천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 역시 S&P500이 내년에 보통 수준의 한 자릿수 절대수익을 내는 데 그칠 것이라면서, 위험조정수익은 장기 평균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BMO 캐피탈 마켓츠의 지난주 조사에서는 트레이더 중 44%만이 저가 매수 의향이 있다고 밝혀, 역대 평균인 49%에 비해 적었다. 또한 주가가 15% 떨어지면 매수할 것이라고 나타나, 이는 10% 낙폭 시 매수하겠다는 역대 평균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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