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가 ‘윗선’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양 전 대법원장의 검은 커넥션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김앤장은 강제징용 사건에서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면서 양승태 사법부와 ‘강제징용 재판 절차’를 논의하고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까지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앤장은 국내 최대 로펌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눈물을 뒤로하고 사법부 수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정의보다는 돈’을 택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 양 전 대법원장과 김앤장의 커넥션을 포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최소 세 차례 대법원장 집무실과 음식점 등지에서 김앤장 한모 변호사를 만난 정황을 확보한 것이다.
검찰은 두 사람이 만나 △강제징용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방침 △전원합의체 회부 명분 마련을 위한 외교부 의견서 제출 방식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 변호사는 김앤장 내에서 송무팀(소송)을 이끄는 인물로 알려진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4년 후배로 법원행정처 조사국장과 법원도서관장 등을 지내고 1998년 김앤장에 합류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한 변호사는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도 대법원 등지에서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강제징용 소송 방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 이외에 현재 김앤장 소속으로 양승태 대법원과 접촉한 인물로는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거론된다. 곽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 근무하던 2015~2016년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외교부 의견서 제출 명목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데 연락책 역할을 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김앤장 소속인 한 변호사와 곽 전 비서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양승태 대법원이 김앤장 측과 수시로 접촉한 물증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양승태 사법부와 접촉하면서 헌재 내부 기밀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재판을 맡은 김앤장 변론을 돕기 위해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심리 계획’과 ‘헌법연구관 법리 검토 내용’을 김앤장 소속 변호사에게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한일청구권 협정 위헌에 대한 헌재 판단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김앤장에 관련 문건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청구권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선언한 한일청구권 협정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온다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헌재에 파견 나간 최모 부장판사에게 “헌법소원 사건을 자세히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연구관 보고서 등을 10여차례에 걸쳐 이메일 등으로 받고 김앤장에 전한 것으로 파악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의 검은 커넥션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김앤장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앤장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 중인 상황이라 특별히 말씀드릴 것이 없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이나 설명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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