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증시는 암울했다. 경기하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 위안화 절하 등 악재가 더해지면서 예상을 넘어서는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번지면서 홍콩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테마주 주가도 급락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아시아 대장주 자리를 다퉜던 알리바바, 텐센트도 예외가 아니었을 정도다. 그렇다면 내년은 어떨까.
중국 증권전문 매체와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중·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다른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크게 저평가돼 성장 가능성이 큰 데다 상장사의 빠른 성장과 양호한 실적, 대외개방 지속과 제도 개혁에 따른 외자유입 등이 이유로 꼽힌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펀더멘털도 양호하다는 주장이다. 중국 A주가 이제 반등의 시기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낙관론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와 시장을 둘러싼 변수와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기대할 만한 호재도 없음은 인정하고 조정 속에 소폭의 상승세, 개별 종목의 강세 등을 점치는 분위기다. 중국증권보는 최근 전문가 분석을 바탕으로 "내년 중국 증시가 적어도 올해보다는 돈을 벌 '기회'가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국 경제의 대내외적 환경은 여전히 불안하고 불확실하다. 경기 하방압력이 여전하고 성장률 둔화세도 지속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이미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하고 바닥을 다지고 있는 중국 증시가 급락하거나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오웨이(趙偉) 창장(長江)증권 거시경제 수석연구원은 "내년 경기 하방압력이 한층 더 커질 것"이라며 "성장률 둔화도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리차오(李超) 화타이(華泰)증권 수석연구원은 "내년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3%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최근 불안한 조짐이 계속 감지되고 있다.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11월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간신히 확장 국면을 유지했고 수출입 증가율도 둔화됐다. 경기선행지수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11월 2.7%에 그치며 5개월 연속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그래도 내년 증시는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옌윈펑(顔運鵬) 타이캉(泰康)자산 대표는 "내년 중국 증시가 계속 등락을 반복하는 조정세를 보이겠지만 내년이 올해보다 상황은 좋을 것"이라며 "등락 속에서 올해보다는 더 많은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급등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다이캉(戴康) 광파(廣發)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증시가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개별 종목을 주목해 투자 기회를 노려야 한다"면서 "올해가 중국 증시 시총이 급락하는 해였다면 내년은 하락세에 제동이 걸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이미 큰 폭 하락, 외자도 몰려온다
중국 증시가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 외에 중국 증시 낙관의 배경으로는 △외자 유입 증가 △개혁개방 지속에 따른 정책 지원 확대 등이 언급된다.
창스사(常士杉) 캉좡(康莊)캐피털 대표는 내년 중국 증시로 8000억 위안의 해외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기반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4600억 위안, 내년 개통될 후룬퉁(상하이증권거래소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간 교차거래 허용)을 통한 유입액은 2500억 위안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낙관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 경제 및 주식시장 전망 연구 보고서'에서 "중국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았고 중국의 개혁에 대한 약속과 노력은 장기적인 성장 궤도에 큰 영향을 주고 중국 증시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결정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또, MSCI 차이나 지수가 내년 11%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 UBS 은행은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 우량종목 300개를 모아 놓은 상하이·선전 300지수(CSI 300지수)가 38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근 주가 대비 20%가량 높은 수치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근거는 역시 여전히 불안한 대내외 환경이다. 교통은행 관계자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종합지수의 내년 예상 밴드를 2000에서 2900선 사이로 제시했다. 올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월 장 중 3587.03의 연고점을 찍은 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속해왔다. 특히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하락폭이 커졌고 지난 10월 2449.20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2500~2600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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