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분쟁 당사국들은 미국이 참여하는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통해 중국과 대화·협상을 이끌어 가야 한다.”
박용현 조선대 명예교수는 13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8년 한국베트남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지역적 국제기구의 역할 증대 및 다면적 외교채널이 활성화된다면 최소한 우발적인 사고가 큰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해 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명예교수는 남중국해 분쟁 해결을 위한 ‘국제기구’ 역할과 다면적 ‘외교채널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관계국들 간 대화 채널은 많을수록, 다양할수록 좋은 것”이라며 “지역적 국제기구의 활발한 작동은 지역 국가간 협의와 그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적 국제기구가 활성화된 결과, 2018년 8월 3일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인 필리핀·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와 중국 간에 ‘남중국해 행동준칙 단일 초안(이하 단일초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남중국해 행동준칙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위치한 팡가니방 산호초를 점령했던 1995년부터 시작됐지만 중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교착 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다 2002년 일단 기본적 원칙만 규정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이 채택됐다.
하지만 중국이 이후에도 남중국해에서 대규모로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기지화를 시도하는 등 일방적 조치를 계속하자 필리핀이 중재재판을 제기했고 필리핀이 승소했다. 그제서야 중국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 결과 중국과 아세안 10개 회원국들은 제51차 아세안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단일 초안이 합이ㅡ됐다.
박 명예교수는 “단일 초안은 본격적인 협상 개시를 위해 합의된 문서에 불과하지만,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인 중국과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20여년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도출한 합의”라며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관리와 해결을 위한 초석이 놓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중국해 분쟁 해결을 위해 ‘국제연합(UN)해양법협약’ 준수를 강조하기도 했다. UN해양법협약은 국제법상 최초로 광범위한 범위의 분쟁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명예교수는 “UN해양법협약을 준수하면 앞으로 판례법 형성과 동시에 국제법 내용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며 “해양법협약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분쟁 해결에 관한 조항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UN해양법협약 가입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UN해양법협약 당사국으로서 또 다른 당사국인 중국에 요구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군함을 포함한 선박의 항해 자유·비행금지구역 설정 금지를 포함한 비행 자유 등 UN해양법협약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협약의 비당사국이 아닌 당사국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명예교수는 남중국해 지역의 해양자원 공동개발을 통해서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중국은 물론 아세안 국가들의 에너지 수요는 급증할 예정”이라면서 “남중국해 공동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분쟁수역에서 에너지 개발에 반대하고 있지만 공동개발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2005년 중국·베트남·필리핀 3국 국영석유회사는 유전과 가스전 확인·탐사·생산을 위해 남사군도 해저 지형을 연구하는 공동해양지진연구(JMSU)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비록 합의가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정보 공유문제를 해결하면 공동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박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박 명예교수는 아시아 국가의 해양자원 공동개발 선례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1974년 제주도 동남쪽과 규슈 서쪽에 위치한 제7광구에 대한 공동개발을 위해 석유‧천연가스 공동개발에 착수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티모르는 호주와 티모르해 석유자원 공동개발조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명예교수는 “남중국해 분쟁은 기본적으로 역내 국가 간 영유권과 해양관할권 분쟁”이라며 “미국과 중국 분쟁이 아니고 적대국 간 분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분쟁 당사국 모두 UN해양법협약 당사국인 만큼 UN해양법협약상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협약 당사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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