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은 대국민 약속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 후보의 공약은 무게가 남다르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그만큼 공약을 신중히 선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선 공약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이 바로 정치 개혁이다.
각 당은 19대 대선 당시 각각 선거제 개혁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국민의당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바른정당은 ‘도농복합 선거구제’, 정의당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제 개혁 공약이 없었다.
선거제 개혁 논의을 진행하고 있는 현재, 각 당의 입장은 어떨까. 민주당은 대선 공약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창당한 바른미래당과 국민의당 일부가 탈당해 만든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공조를 이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이다.
먼저 문재인 후보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인구 비례에 따라 각 지역에 의석을 배분한다. 그리고 권역 내에서 투표를 실시해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당선시켜주는 제도다.
문 후보는 토론회에서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2012년 대선 때 공약했고 지금도 공약하고 있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 의원과) 이상적으로는 1 대 1, 하다못해 2 대 1이 돼야 한다. 의원 정수를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에도 “비례성 강화를 통해 대표성을 보완하는 선거제 개혁은 일관되게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밝혔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안이 가장 중립적·객관적”이라면서 “구체적인 선거제 개혁 방안을 대통령이 앞서서 말하는 것보다는 국회가 합의를 도출해낸다면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은 중앙선관위 안을 중심으로 당론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선거제 개혁과 관련한 공약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현재 한국당 역시 선거제 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다’는 내용의 5당 합의를 이룬 후에도 “합의가 아니라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일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명백하게 사실을 호도하는 것으로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검토에 대한 합의에 불과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서도 동의한 적이 없고,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것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했다. 독일식은 정당이 얻은 득표율로 전체 의원 수를 결정하고, 당선인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순으로 채우는 방식을 말한다.
다만 안 후보는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다. 그는 토론회에서 “IMF 외환위기 때 김대중 대통령이 의원 정수를 10% 줄인 적이 있다”며 “고통 분담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의원 정수 감축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국회의원 수를 현행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고,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농복합 선거구제는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 지방과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하자는 것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평화당은 구체적으로 국회 예산을 20% 삭감하고 의원 정수를 20% 늘리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심상정 후보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했다. 심 후보는 지난해 4월 13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합동 토론회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20년 된 것”이라며 “지난 19대 때 제가 선거법 개정을 위해 4개월간 농성했는데 그때 (문·안 후보가) 한마디도 안 해서 서운했다. 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아 선거제 개혁을 이끌고 있는 심상정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의원 정수 확대를 기본 입장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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