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처음으로 '폐업'을 외쳤다.
19일 방송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숙명여대 뒤 하숙골목으로 알려진 청파동 편이 처음으로 전파를 탔다.
방송 1주년을 맞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열 번째 골목은 '푸른 언덕의 동네'로 알려진 청파동. 이날 백종원은 '준비 제로' '판매 불가' '폐업' 선언을 유발한 피자집에 분노했다.
어설픈 조리과정과 쉰내가 나는 피자를 만들어낸 피자집이 백종원의 분노를 유발했다. 예약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준비성 제로의 사장님은 가게에서 핸드폰과 노트북을 보며 유유자적했다.
한 번에 동시에 두판을 굽지 못하는 실력으로 손님들이 와도 기다리게 하거나, 너무 손님이 몰릴 때는 나중에 온 손님을 돌려보내는 친절함(?)으로 백종원을 놀라게 했다.
백종원은 이집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하와이안 피자와 베르데 살사 피자를 주문했다. 첫 피자가 나온 시간만 17분. 사장님이 상황실에 간 이후 백종원은 피자를 맛보지 않고 냄새만 살폈다.
사장님은 '피자에 대한 모욕'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성내동 피자집에 대해 묻자 "적어도 그 집보다는 자신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백종원은 "이상하게 쉰내가 난다. 도우도 이상하다. 빵이 다 익었는데 습기를 먹어서 찐득찐득하다. 빵을 들 수가 없다. 끊어진다. 반죽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면서 술빵 맛이 난다"며 "정말 새로운 맛,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그런데 쉰내가 난다. 소스가 쉰거야? 여기에 뭔 짓을 한거야"라고 궁금해했다.
이어 '골목식당' 공식 '맛없슐랭' 조보아가 호츨됐다. 백종원은 "피자는 사실 제가 맛보는 것 보다는 젊은 사람들 입맛이 정확하다"며 조보아를 호출했고, 조보아는 "사실 피자 광고까지 찍었다"고 조심스럽게 맛을 봤다. 조보아는 "피자가 아니라 죽 같다. 파인애플에서 약간 쉰내가 나는것 같아요"라고 버티다 끝내 뱉어냈다. '골목식당' 시식 중 두번째 뱉어냄. 백종원은 피자를 들고 "TV에 냄새까지 전달이 되야 경악할텐데"라고 말해 음식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를 지켜보던 사장님은 "아무래도 안되겠다. 피자를 포기하고 다른 걸로 빨리 옮겨야겠다"고 말했다. 김성주는 "첫 상황실에서 바로 메뉴 폐기를 결정한 사장님은 처음"이라고 놀랐다.
조보아가 갖고온 자신이 만든 피자를 맛본 사장님은 "진짜 쉰내가 난다"며 이유를 궁금해했다.
주방을 돌아보던 백종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 가득한 기름때에 경악했다. 오픈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새 오븐은 한번도 청소를 하지 않아 기름때가 칼로 긁어야 벗겨졌다. 또한 쉰내를 찾기 위해 주방 재료를 다 뒤지면서 설탕에 절인 파인애플, 과발효된 도우 등을 찾고 "이러니 쉰내가 났다"고 고개를 저었다.
백종원은 비싼 주방 기구를 돌아보며 "니들이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한다"며 "사장님, 좋은 장비를 놓고 관리를 안하면 주방업체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급기야 백종원은 "준비제로다. 준비가 안되있는 상태에서 마케팅만 되서 손님들이 오면 외식업체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라며 "차라리 폐업하는게 낫다"고 일갈했다.
이어 백종원은 청파동 냉면집과 버거집도 방문했다.
먼저 청파동 버거집은 피자집과 같은 건물 지하 1층에 있었지만 상황이 천양지차였다. 피자집이 있는지도 몰랐던 숙명여대 학생들이 버거집에서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청파동 버거집 사장은 햄버거가 맛있다는 집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자신만의 수제버거를 연구했다. 또한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가격대에 맞춰 합리적인 재료를 선정했고, 젊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벼운 맛의 햄버거를 만들었다.
심지어 청파동 버거집 사장은 주요 고객인 숙명여대 학생들의 수업시간표까지 연구했다. "보통 수업 끝나고 10분 뒤쯤에 손님이 많이 온다"며 마음의 준비까지 갖추려 한 것. 이를 본 백종원은 "이 정도면 인정"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파동 냉면집도 백종원의 극찬을 받았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청파동 냉면집은 주방장인 남편이 함흥냉면으로만 43년 경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현재 가게 자리에서 12년째 장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견디지 못해 3개월 전부터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은 상황이었다. 이에 백종원도 겨울에 유독 어려운 냉면을 포기하고 갈비탕과 같은 계절에 어울리는 메뉴로 승부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청파동 냉면을 맛본 순간 백종원의 태도가 달라졌다. 백종원은 "예술"이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는 "여기 냉면을 먹어보기 전에는 겨울이니까 냉면을 배고 갈비탕에만 집중하시라고 말씀드리려 했다. 그런데 이건 다르다. 이 정도면 손님 입장에서 겨울에도 냉면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제가 20년만 젊었어도 무릎 꿇고 와서 배우고 싶은 맛이다. 우리나라에 냉면 마니아들이 많은데 함흥냉면 마니아들이 와서 재평가를 해줘야 한다고 본다"며 거듭 극찬을 남겼다.
물론 청파동 냉면집이나 버거집이나 완벽하진 않았다. 버거집의 경우 부족한 자본으로 시작한 만큼 사장의 노력에 못 미치는 주방 설비들이 아쉬움을 자아냈다. 냉면집의 경우 비빔 함흥냉면은 일품이었으나 함께 팔고 있는 만두나 갈비탕 등 겨울에 어울리는 메뉴들의 맛이 평균 수준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목식당' 청파동 냉면집과 버거집은 백종원의 마음을 훔쳤다. 청파동 냉면집의 경우 실제 부동산에 가게를 내놨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임에도 "내가 배운 게 이것뿐이다. 냉면 하나만 배우고 살아왔다"며 장인 정신을 고수했기 때문. 청파동 버거집 역시 "오픈 4년째인데 올해에 목표액 못 채우면 접겠다는 생각"이라며 "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절실하게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골목식당' 1주년을 맞아 백종원이 세간의 루머와 의혹에 대해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백종원은 "어느새 '골목식당'이 한 돌이 됐다"며 "어느새 10번째 시장 골목을 찾으며 처음에 욕도 많이 먹었지만 보람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프로그램에 대해 욕 먹는게 첫째 '어떻게 그런 집만 섭외하느냐'라는 지적이다. 나도 모른다. 어떻게 그런 가게가 있지 궁금하다"고 말하며 제작진의 섭외는 자신의 영역 밖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생긴지 얼마 안되는 식당이 나올 때가 있는데 '제작진이나 작가 친적 가게가 아니냐'라는 질문도 많다"며 "만약 그게 사실이면 내가 직접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사장님들은 자신들이 망신을 당하는 걸 무릅쓰고 나오는거다. 그래서 좋은 솔루션으로 기회를 드리는거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이 있고 못 잡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MC 김성주는 "나오는 모든 분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회를 한번 더 드리는 거고 노력하는 과정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지상파 수요일 심야 예능 동시간 시청률 1위에 올랐다.
2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9일 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1부 7.8%, 2부 8.1%의 전국일일시청률을 기록했다.(이하 동일기준)
이는 직전 방송분(12월 12일)이 기록한 시청률 1부 8.1%, 2부 8.6%보다 각각 0.3%와 0.5%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시청률이 소폭 하락했지만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3사(KBS, MBC, SBS)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다.
'골목식당'과 동시간대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1부 4.5%, 2부 4.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시청률은 1부 1.9%, 2부 2.0%로 집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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