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찾았다.
차갑게 몰아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업단지에 발을 내딛자, 쉴새 없이 수증기를 뿜어내는 커다란 철 구조물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파이프라인, 파이프랙(액체제품을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을 받치는 선반) 등 입주 기업의 생산설비들이다.
여수산단은 1967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건설돼 여천공업기지로 불렸다. 이후 2001년부터 여수산단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1969년 국내 최초 민간정유사인 GS칼텍스의 여수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여천NCC, 롯데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속속 입주했다. 현재 에틸렌 생산량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 연간 에틸렌 총생산량 900만t의 46%를 책임지고 있다.
여수시 중흥동과 화치동, 낙포동 일대에 걸쳐진 여수산단의 총 면적은 올해 9월 기준 약 3255만m²에 달한다. 총 297개사가 입주해 2만346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여수산단 관계자는 "건립 당시만 해도 이 근처는 대부분 논밭이었다"며 "지금은 산단에 고용된 근로자 2만3000여명과 협력업체 인력, 그리고 가족들까지 모두 합치면 총 인원이 10만명이 넘는다"고 했다.
여수산단은 여수시를 포함해 전남, 광주 지역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여수산단의 누적 생산액은 67조6774억원. 올해 연간 생산액은 85조~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생산액 79조9584억원에 비해 5조~10조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곳 근로자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최근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의 생산설비 신증설 투자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여수산단에서 열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석유화학기업 8개사 대표이사들은 향후 5년간 총 14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1685명을 신규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NCC(납사분해시설)과 PO(폴리올레핀) 생산시설을 증설할 계획이고,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을 들여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지을 예정이다.
여수는 지난 2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기업 880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기업환경 우수지역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됐다. 여수산업단지 내 가용부지 부족으로 기업들이 시설 확장에 어려움을 겪자, 여수시가 국토교통부, 전라남도와 협업해 추가 부지를 확보하는 등 친기업적인 투자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현 GS칼텍스 업무팀 차장은 "LG화학과 GS칼텍스 등 입주 업체들이 내년부터 대규모 공장 신증설을 시작한다"며 "이번 생산설비 신증설로 2021년까지 인건비 등 여수산단에 투자되는 금액만 6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단 밖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로 들썩이고 있다"며 "석유화학 생산설비 신증설 공사가 시작되는 내년에는 하루에 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이곳 산단을 드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여수 시내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A씨의 표정도 밝았다. 그는 "이곳 시민들은 여수산단 덕분에 먹고산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이날 아침 7시 무렵부터 여수시청 근처 주택가에서 여수산단으로 이어지는 쌍봉사거리와 석창사거리는 출근 차량들로 크게 넘쳐났다.
늦은 저녁 다시 찾아간 여수시청 근처 번화가. 인도 양옆으로 줄지어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여수산단에 근무하는 유니폼을 입은 근로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모텔을 운영하는 B씨는 "여수 경기는 사실 산업단지로 인해 전라도 타 지역에 비해 꽤 괜찮은 상황"이라며 "여수산단 덕분에 출장 오는 손님들이 많아 숙박업소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늦은 저녁 다시 찾아간 여수시청 근처 번화가. 인도 양옆으로 줄지어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여수산단에 근무하는 유니폼을 입은 근로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모텔을 운영하는 B씨는 "여수 경기는 사실 산업단지로 인해 전라도 타 지역에 비해 꽤 괜찮은 상황"이라며 "여수산단 덕분에 출장 오는 손님들이 많아 숙박업소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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