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식당에선 요즘, AI선풍기가 선풍적인 인기다. 이 선풍기의 이름은 '선배풍(先輩風) 1호'다. 21일자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에 등장한 이 깜찍한 기계를 소개하고 있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후배에게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순간, 이 선풍기는 작동이 시작된다. 바람소리에 발언이 날아가면서 잘 들리지 않게 된다.
"옛날엔 말이야" "군대 갔다 왔어?" "우리 땐 안그랬어" 등 귀에 못이 박힌 무용담, "좀 더 배워" "아직 멀었어" "요즘 애들은" 과 같은 후배에 막말 무시 등, AI선풍기는 회식갑질 발언 2000여 가지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의 최대 수제맥주회사인 요호브루잉이 개발한 인공지능 선풍기다. 이 선풍기 속에는 IBM 왓슨 등 2개의 AI가 작동하고 있다. 기계를 만든 요호브루잉의 한 홍보직원은 부디 이 기계가 화제가 되어 상사들의 갑질발언으로 후배들이 괴로운 회식이 줄어들었으면 한다고 밝힌다.
한국보다 훨씬 조직문화가 보수적이라는 일본에서 이런 게 나왔다는 게 신기하지만, 그곳도 요즘 파워하라(권력형 갑질, POWER HARASSMENT)가 거듭 문제가 되고 있는지라 '선배풍'의 등장을 환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지난 8월 선배풍1호가 도쿄의 맥주레스토랑에 설치되어 작동하는 장면을 유튜브로 공개했는데, 170만 클릭을 올렸다. 선배들은 "섬뜩하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고 말했고, 후배들은 "시원하다"고 하는 이도 있고, "선배 얘기 중에서 들을만한 것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굳이 저 놀라운 선풍기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회식 자리에서 뭔가 말하고 있는 순간 선배풍이 홱 불어오는 것을 느끼고 입을 닫을 수 있다면, AI를 이긴 것이다. 자칫 옛날 습관처럼 꼰대갑질이 튀어나왔다가 등 뒤에서 날아오는 AI바람에 뺨을 맞을 수 있다. 이상국 논설실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