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다 죽나, '독'으로 전락한 홍콩증시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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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12-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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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홍콩 증시 상장 10대 유니콘, 주가 평균 낙폭 46.2%

[사진=아이클릭아트]



올해 홍콩증권거래소는 야심차게 진입문턱을 낮추고 중국 내 빠르게 성장 중인 유니콘 확보에 공을 들였다. 전자상거래 대어인 알리바바를 놓친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차등의결권을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많은 유니콘이 홍콩 증시에 둥지를 틀었고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지만 성적표는 참담하다고 중국장쑤망이 25일 보도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홍콩 증시에 안착한 대표적인 유니콘으로는 '대륙의 기적' 샤오미, 중국 최대 O2O 플랫폼 메이퇀(美團), 중국 최대 온라인 자동차 판매업체이자 텐센트가 투자한 이신그룹(易鑫集團), 역시 텐센트 계열사인 중국 전자책 사업자 웨원그룹(閱文集團), 싼마(三馬, 마윈 마화텅 마밍저)가 투자한 중안(衆安)보험, 게임기 브랜드 레이저(雷蛇 Razer), 51신용카드, 중국 최대 구직사이트 례핀(獵聘), 중국 최대 모바일 헬스·의료 플랫폼인 핑안하오이성(平安好醫生),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잉커(映客) 등이 있다.

일사천리로 홍콩 증시에 상장하고 투자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들 유니콘의 최근 주가 상황은 어떨까.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중국과 홍콩 증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유니콘 주가도 폭락했다. 앞서 언급한 10개 기업의 주가 평균 하락폭은 24일 기준 무려 46.2%에 육박했다.

특히 이신그룹의 상장 후 약 12개월간 낙폭이 76.2%로 가장 컸다. 레이저가 73.6%, 51신용카드와 중안보험이 50% 이상의 하락폭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유니콘 주식의 70%가 사실상 적자 상태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막대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홍콩 증시 상장이 유니콘을 죽이는 '독'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딜로직에 따르면 홍콩 증시가 진입 문턱을 낮추고 유니콘의 상장이 잇따르면서 올해 신규 기업공개(IPO) 규모는 314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8년간 최대 기록으로 올해 세계 증권거래소 중 IPO 규모 1위가 예상된다. 하지만 신규 상장사의 성적표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반쪽 자리 성과가 됐다. 

IPO 규모 20대 기업 중 상장 후 1개월 뒤에도 발행가를 웃도는 주가를 기록한 곳은 단 6곳에 불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중문판이 25일 전했다. 이는 뉴욕증권거래소의 16곳과 나스닥의 10곳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거래가 없는 경우도 빈번했다. 중국 금융정보업체인 윈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거래중단 종목을 제외하고도 홍콩 증시 상장사 281개의 거래가 없었다. 하루 거래액이 1000 홍콩달러 이하인 종목도 18개에 달했다.

리샤오자(李小加) 홍콩증권거래소 총재도 "상장 유니콘 성적이 참담한 것은 대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악재의 영향"이라며 "이미 신경제 기업의 기대 이하 성적에 대한 불만이 커졌고 앞으로도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 급락 등이 홍콩 시장의 자체적인 문제에 따른 것은 아니라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리 총재는 "홍콩 증시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로 내년 초 신경제를 포함한 시장 규칙·업무의 전면적 개혁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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