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흥미로웠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오랜 시간 사랑 받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 지난 21일 열린 오후 공연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심정으로 가볍게 첫 페이지를 넘겼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공연이 시작되자 화려한 무대와 수십 명의 발레리나들 그리고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익숙하면서도 강렬한 음악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더불어 차이콥스키 3대 명작’으로 꼽히고 있는 ‘호두까기인형’은 1892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마린스키발레단에서 23년간 예술감독을 지냈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의 연출을 바탕으로 3대 예술감독 로이 토비아스, 유병헌 예술감독이 한국 관객들의 정서와 취향을 고려해 일부 안무를 추가하고 수정했다.
이날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로 유명한 임선우와 워싱턴 발레 스튜디오 컴퍼니에서 무용수로 활약한 후 2014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박수경이 호두까기왕자와 클라라를 연기했다. 두 사람의 꾸밈없는 표정 연기와 몸 동작들은 관객들에게 순수함을 전달했다. 2막에서 무대를 원형으로 돌 때 보여준 임선우의 힘 넘치는 동작과 박수경의 ‘요정의 춤’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임선우의 직장인 팬들이 평일 오후 공연이라 아쉬움을 삼켰다는 후문이다.
공연 후 임선우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떨렸는데 무대에 오르니 너무 벅차올랐다. 행복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수경은 “ ‘호두까기인형’ 캐스팅을 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너무나 소중한 기회라 매순간 열심히 했다. 많은 분들의 격려 덕분에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시간의 공연이 짧게 느껴졌다. 막이 내린 후 ‘호두까기인형’이 선물한 동심을 듬뿍 들고 공연장을 나섰다. 옆에서는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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