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이사회가 예상을 뛰어넘는 진통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전날 위성호 행장의 '작심 발언'으로 자칫 '제2의 신한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27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고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 후보자에 대한 자격 요건 부합 및 적합성 여부 심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임을 결정했다.
안건은 모두 결의됐지만 세간의 관심을 모은 행장 교체를 두고 상당한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부터 열린 이사회는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위 행장은 예년보다 두 달 이상 빨리 결정된 인사와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 끝에 합의점을 찾은 위 행장은 후임인 진옥동 내정자에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앞서 지난 26일 위성호 행장은 갑작스러운 인사 통보에 "퇴출 당했다"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내비쳐 내부에서는 다시 한 번 계파 갈등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지주 이사회에서 내려진 결정이고, 이사회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결과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4명,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됐는데 사외이사 2명이 두 위원회에 모두 포함된다. 자칫 위 행장이 강경한 태도를 고집하면 차기 신한금융 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위 행장 입장에서는 회추위와도 사실상 각을 세우게 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위 행장은 내년 3월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1년 동안 신한금융 고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계열사 사장들이 자리를 떠날 때 1년 동안 고문직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와 함께 당장 과거사위 문제등 법적 문제 해결에 주력하면서 2020년 차기 신한 지주 회장직에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 행장이 행장직을 떠나더라도 고문직을 맡으면 신한금융 인사들과 완전히 떨어져 지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장 후보에 출마하게 되면 '현직 프리미엄'은 없겠지만, 위 행장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만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이번에 교체가 전격 결정된 4명의 자회사 CEO들과 함께 2020년 차기 회장 후보군에 자연스럽게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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