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최정환 변호사 “국내서 첫 ‘변호사 올림픽’…경제 파급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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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18-12-3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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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리스크로 개최국 변경위기…南北 해빙무드로 설득 성공

  • 전세계서 8000명 참여, 한국 호감도 키우고 투자처로 홍보

  • 포화상태 국내 법조시장 변화 필요…국제적 인력성장 계기

최정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서울 남대문로 광장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내년 9월 열리는 ‘세계변호사협회 서울총회’ 조직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계변호사협회 서울총회를 한국 변호사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매력적인 투자처임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세계변호사협회(The International Bar Association·IBA)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이자 서울총회 조직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최정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57)는 최근 아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내년 9월 서울에서 ‘변호사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변호사협회 연차총회’가 열린다. 세계변호사협회는 1947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변호사단체다. 170개가 넘는 국가에서 190여개 변호사협회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회원수만 8만명이 넘는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총회에는 전 세계에서 8000명이 넘는 변호사가 몰린다. 

최 변호사는 “참가자 대부분이 세계적인 법률회사(로펌) 수장 등 각국 법조·경제·사회에 영향력 있는 변호사여서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변호사협회 연차총회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변호사협회 서울총회가 내년 9월 22~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세계변호사협회 총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성과다. 8000명 이상이 등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에서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높은 세계 최상급 변호사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동반하는 가족까지 고려하면 1만명 이상이 서울에 몰릴 것으로 추산된다.”

-참가 인원이나 참가자 면면을 볼 때 큰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세계변호사협회 총회 참가 변호사 대부분이 개인 가용소득이 높고 소비력도 강하다. 연차총회에 오면 보통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관광하고 간다. 참가자들 소비력을 고려할 때 서울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뿐 아니다. 법률자문을 맡은 기업에도 영향력을 지닌 만큼 해당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세계변호사협회 총회 위상과 파급력을 볼 때 국내 유치가 이제야 이뤄진 게 아쉽다.
“연차총회 유치에 나섰을 때 사실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2009년부터 연차총회 유치에 도전했다. 내가 대한변협에서 국제이사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협회장이던 김평우 변호사가 우리 법조계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김 변호사가 ‘세계변호사협회 총회를 서울에 유치해보자’고 했다. 누구도 감히 생각하지 못할 때라 안팎에서 무모한 시도라는 시각이 많았다. 세계변호사협회 총회는 항상 유치 경쟁이 치열한 데다 지금처럼 대륙순환 방식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한번 해보자고 했다. 김평우 회장 주도로 2010년 유치단을 구성해 도전한 끝에 2015년 일본·호주를 제치고 서울 유치에 성공했다. 서울시 도움도 유치에 힘이 됐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대한변협과 함께 세계변호사협회 총회 유치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원금뿐 아니라 시장 지지서한을 만들어줬다. 변호사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세계변호사협회 회장을 만나 강력한 유치 의사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어렵사리 유치에 성공했지만 올해 초 개최국이 변경될 뻔했다.
“올해 2월 체코 프라하에서 이사회가 열렸다. ‘북핵 리스크’를 거론하더라. 그 자리에서 ‘북핵으로 남한에 지금 같은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면 800만 파운드(약 1138억원) 손실이 예상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올라왔다. 그러면서 ‘손실(돈)도 손실이지만 세계변호사협회 회원을 위험한 곳에 보낼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 밴쿠버와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컨벤션센터에 가계약을 했다고도 보고했다. 이틀간 북핵 리스크에 따른 개최지 변경 건을 두고 팽팽하게 논의가 오갔다.”

-북한 문제에 민감한 국제 정서를 볼 때 해외 이사진 설득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 이틀간 이사회 멤버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북핵 문제가 한국 내부에선 전혀 문제가 안 되고, 무엇보다 북한과의 관계와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득했다. 총회 개최를 1년 앞두고 개최지를 변경하는 것은 세계변호사협회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했다. 차기 회장인 호라시오 베르나르데스 네토 브라질 변호사가 나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이사들에게 ‘세계변호사협회 조직은 법의 지배(rule of law) 약속을 지키는 게 핵심이다. 약속하고 깬다는 건 우리 가치에 반한다. 서울총회를 북한 독재와 맞서는 한국과 한국 국민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자. 우리가 겁쟁이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사 2명이 끝끝내 반대했지만 다수 의견으로 서울 유치가 유지됐다.”

최 변호사가 예견한 대로 지난 2월 이후 남북관계는 해빙 분위기로 돌아섰다. 남북 정상이 1년 사이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문재인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 5위로 꼽은 이유도 이런 외교적 성과 때문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세계변호사협회가 서울 총회를 취소했다면 우습게 될 뻔했다”고 돌아봤다.
 

최정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서울 남대문로 광장 사무실에서 내년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변호사협회 연차총회’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총회에 맞춰 네토 세계변호사협회 차기 회장이 지난달 방한했다.
“네토 차기 회장이 세계변호사협회의 각 부문 책임자 4명과 함께 지난 11월 초 한국을 찾았다. 서울 관문인 인천국제공항부터 서울총회 장소인 코엑스, 총회 참가 변호사들이 숙소 등을 둘러봤다. 이 가운데 3명이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는데 공항은 물론 숙소, 식사 등 모든 부분에 크게 만족하고 돌아갔다.”

-첫 서울총회인 만큼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쏠린다.
“8000명의 참가 인원 중 70%는 첫 방한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에게 우리나라를 잘 알려줄 프로그램에 신경을 쓰고 있다. 흔히 아시아 변방국으로 알고 있는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목표다. 또 하나는 자국에서 영향력 있는 각국 시니어 변호사에게도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고 국가 호감도 키우려고 한다. 고객 투자까지 도와주는 시니어급 변호사에 한국이 얼마나 투자하기 좋고 사업하기 좋은 나라인지를 보여주고 싶다. 북핵 등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한국을 잘 몰라서 투자가 무산되는 경우가 있다. 여러 투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우수 인력이 많다는 점도 강조하려고 한다. 조사해 보니 삼성·LG 등에 큰 관심을 보여 해당 기업 방문 등도 고려 중이다. 또한 문 대통령에게 기조연설을 부탁했다.”

-세계변호사협회 서울총회로 한국 법조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변호사는 상당히 우수한 인재임에도 세계 법률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우리 변호사의 우수함이 해외 변호사에게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영어를 비롯한 언어적인 부분이 다소 아쉽다. 이번 총회에 우리나라 변호사를 연자로 많이 배치하고, 핵심 역할을 맡겨 평가절하된 한국 변호사 가치를 끌어올리겠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이 국제적인 인력으로 성장할 계기로 삼고 싶다. 여전히 포화 상태인 국내에만 집중하는 법조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 세계변호사협회 서울총회 참가가 해외 진출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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