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으로 향하고 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김 위원장의 신년 메시지가 남북과 북·미 관계의 선순환 여부를 가르는 중대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 발표에 앞서 전날(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친서'를 보냈다.
핵심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등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신년사도 남북과 북·미 관계의 선순환을 위한 긍정적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발전에도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친서…신년사 앞둔 깜짝 승부수
31일 정치권과 외교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 앞서 친서를 보낸 것은 기해년 비핵화 협상을 앞둔 '김정은식 깜짝 승부수'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및 종선 선언은 무산됐다. 한때 빨라졌던 북·미 고위급 회담의 시계추도 사실상 멈춰 섰다. 이른바 '세밑 친서'를 통한 김 위원장의 깜짝 승부수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 등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다목적 포석'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핵 단추' 등 과격한 표현은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지난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단계적 이행 등을 촉구하면서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에 친서가 전달된 전날은 김 위원장이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지 7주년을 맞는 날이다. 과거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 메시지를 낸 것과는 달리, 비핵화 의지를 담은 깜짝 친서를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북·미 선순환 꾀할 듯…경제발전 메시지도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비핵화 의지는 물론, 서울 답방 등에 대한 메시지를 담을 경우 한반도 외교 이벤트의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신년사'와 관련해 "남북관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을 향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이 사전 예고 없이 전날 판문점을 통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청와대가 일부 공개한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 평양에서의 우리의 상봉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00여 일이 지난 지금은 잊을 수 없는 2018년도 다 저물어가는 때가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두 정상이 한 해에 세 번씩이나 만나며 남북 사이의 오랜 대결구도를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이뤄냈고,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새해를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편지를 보내왔다"며 "우리 민족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더는 돌려세울 수 없는 화해와 신뢰의 관계가 됐음을 전해주었다. 서울 상봉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담겨 있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새해에도 자주 만나 평화, 번영을 위한 실천적 문제와 비핵화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자 한다는 김 위원장의 뜻이 매우 반갑다"며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서로의 마음도 열릴 것이다.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2013년부터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낭독했다. 방영 시간(2016∼2018년은 평양시 기준)은 오전 9시 혹은 정오 무렵이다. 방송 분량은 30분 안팎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