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빅토르 최 '레토', 이 시대 청춘들에게 바치는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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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01-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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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개봉한 영화 '레토'의 한 장면[사진=영화 '레토' 스틸컷]

서양 로큰롤이 금기시되던 1981년 레닌그라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록스타 마이크(로만 빌릭 분)는 무명 뮤지션인 빅토르 최(유태오 분)와 만나게 된다. 로큰롤에 관한 동경과 열망 그리고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마이크는 자유로운 뮤지션 빅토르 최에게 새로운 자극을 느끼고 자신의 연인이자 뮤즈인 나타샤(이리나 스타르셴바움 분)와 함께 그를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마이크와 나타샤의 도움으로 빅토르 최는 무대에 설 수 있게 되고 세 사람은 음악을 매개체로 점점 더 가까워진다. 그러나 묘한 끌림과 함께 관계에도 균열이 시작된다.

영화 '레토'는 '플레잉 더 빅팀' '유리의 날' '크러쉬' '스튜던트' 등을 연출한 러시아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신작이자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구소련 록의 선구자라 불리던 빅토르 최와 음악적 멘토 마이크의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레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 빅토르 최가 아닌 '청춘' 빅토르 최에 주목한다. 이는 '레토'가 기존 전기영화와는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된다는 것을 밝히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빅토르 최가 영웅이 되기까지의 대서사시가 아닌 음악과 친구 그리고 뮤즈에게 영향을 받으며 변화의 기로에 선 빅토르 최의 모습을 보주고 관객들이 그의 고민과 변화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영웅을 기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탄생했느냐"에 주목했다는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거센 억압에도 저항하고자 하는 청춘과 빅토르 최와 마이크, 나타샤의 관계 등을 때로는 투박하고 때로는 섬세하게 보여주며 "당시 그들의 삶의 방식과 그들이 숨 쉬었던 공기에 관한 송가"를 전하고자 한다.

'레토'를 본 관객들에게 가장 깊은 자국을 남기는 건 아무래도 당대를 대표하는 명곡 아닐까. 진솔한 가사와 담백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빅토르 최의 대표곡들은 청춘을 지나거나 청춘을 지나온 모든 이들의 감성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또 토킹 헤즈부터 이기 팝, 벨벳 언더그라운드, 데이비드 보위, 비틀즈, 티렉스, 블론디 등 레전드 뮤지션들의 음악이 적재적소에 등장해 영화 팬은 물론 음악 팬의 오감까지 자극한다.

흑백 화면 너머 그 시대의 낭만과 향수 역시 한국 관객들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록 음악이 검열되고 열정을 제지하던 1980년 레닌그라드의 모습은 한국 관객들 역시 공감할 만한 부분. 낯선 언어와 풍경을 가졌지만 억압만큼 거센 저항과 청춘 그리고 음악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감각적 필체와 흑백 화면임에도 아름답게 구성한 미장센 그리고 낭만적인 음악만큼이나 인상 깊게 다가오는 건 바로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고려인인 빅토르 최를 120% 재현한 유태오의 연기가 눈에 띈다.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스크린을 통해 증명해낸다. 언어보다도 눈으로서 섬세하고 정적인 감정을 끌어내며 흑백사진 속 빅토르 최를 스크린으로 불러낸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3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28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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