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면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역풍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버핏처럼 저명한 투자자조차 올해 순조롭지 못한 출발을 했다는 게 그나마 낙담한 다른 투자자들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버핏이 이날 애플과 항공주 지분에서 날릴 돈만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가 넘는다고 추산했다.
손실액의 대부분인 39억 달러가량이 애플에서 비롯됐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이 회사 주가는 전날보다 9.96% 떨어진 142.19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 7월 이후 최저치로 하루 낙폭이 2013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애플이 전날 장 마감 뒤에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을 이유로 2019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 매출 전망치를 낮춰 잡은 탓이다. 애플이 매출 전망을 하향조정한 건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여파로 이날 뉴욕증시 간판인 S&P500지수도 2.48% 추락했다.
문제는 버핏이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애플의 3대 주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보유한 애플 주식은 2억5800만 주에 이른다.
버핏은 IT(정보기술)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꺼리기로 유명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데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고집에서였다. 예외라면 2011년에 IBM에 큰 베팅을 한 것 정도였다. 그러나 버핏은 2016년부터 애플 지분을 대거 늘리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말 1523만 주였던 애플 지분이 그 해 말에는 5736만 주로 불어났다. '오마하(버핏의 고향이자 버크셔해서웨이 본거지)의 현인'이 '실리콘밸리의 현인'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 정도로 애플에 대한 버핏의 투자 공세는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애플의 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역시 버핏"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애플이 지난해 8월 '꿈의 시총' 1조 달러를 달성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버핏이 애플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다가 '가치함정'(value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버핏은 우량주를 싸게 사서 장기간 보유하며 수익을 내는 '가치투자'의 대가다. 가치함정은 가치투자 전략 아래 산 종목의 주가가 오르지 않는 걸 말한다.
애플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몸값이 7000억 달러를 훌쩍 밑돌아 2개월 만에 시총 1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애플의 시총이 지난해 10월 1조1000억 달러에 달했던 사상 최대치에 비해 약 4500억 달러 쪼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페이스북과 골드만삭스 등 S&P500 종목 가운데 496개사의 개별 몸값보다 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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