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세계 경제에 또다시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했다.
인플레이션의 대척점에 있는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 일본 장기불황의 배경이 됐다.
블룸버그는 8일 소비둔화와 상품(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중국의 PPI 변동률이 곧 마이너스로 추락할 태세라고 보도했다.
PPI는 생산자가 내수시장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공급하는 가격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중간재 등의 가격이 두루 반영되는 일종의 도매물가 지표다. PPI의 하락은 일반적인 물가 척도인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의 전조가 된다.
중국의 PPI 월간 변동률(전년동기대비)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반에 걸쳐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었다는 말이다. 이는 저성장으로 고전하던 세계 경제에 디플레이션 공포를 가중시켰다.
중국의 PPI 변동률이 2016년 9월 플러스로 돌아서자 블룸버그는 같은 해 말 "세계의 공장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새 수출품을 갖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갖은 경기부양 노력에도 저성장 속에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당시 중국 PPI의 반전은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둔화 심화로 상황이 역전되면서 세계 경제는 또다시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안 그래도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와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역풍에 따른 세계적인 성장둔화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경기침체가 닥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경고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중국 현지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가오화증권의 송유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중국 PPI의 상승세 둔화가 상당하다며, 곧 8분기 만에 처음으로 CPI 상승률을 밑돌며 마이너스 영역(하락세)에 들어설지 모른다고 밝혔다.
중국 PPI는 지난해 6월 전년동기대비 4.7%의 상승세로 연고점을 찍은 뒤 줄곧 떨어져 11월에는 2.7%에 도달했다. 12월에는 상승폭이 1.6%로 2016년 이래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중국 하이통증권의 지앙차오 애널리스트는 철강, 석탄,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중국 PPI가 이달 중에 변곡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PPI 하락이 산업계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이미 막대한 부채를 쌓아올린 기업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더 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제품의 수출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PPI의 하락은 세계 물가 전망에도 장애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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