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개관을 맞이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엄선해서 오는 6월 16일까지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강익중, 김수자, 김을, 정연두, 임흥순 등 대표 중견작가와 미술평단의 주목을 받는 전소정, 양정욱, 김다움, 고재욱 등 젊은 작가 15명의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작품 등 모두 23점이 전시된다.
21점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고 2점은 청주관 개관을 맞이해서 김다움, 고재욱 작가가 신작을 냈다.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전시 제목은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작품에서 따왔다.
하늘을 채우고 있는 우주의 별처럼 우리 이웃,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반짝이는 별과 같이 소중한 존재임을 여러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이추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현대미술이 난해하고 이론적이고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 아니고 굉장히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고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며 "현대미술을 통해서 마음이 좀 더 평안해지고 삶이 윤택해지는 그런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획 전시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5층 859㎡(260평 정도) 공간에 마련됐지만, 청주관 입구에서 전시가 시작된다.
청주 출신 강익중 작가의 '삼라만상'이 로비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이 작품은 중앙에 부처상이 있고 세상의 모든 이미지가 그 주변을 감싸고 있다. 부처상은 세상의 왁자지껄함과 무관하게 명상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5층 기획 전시실에 들어서면 8개의 모니터가 2줄로 길게 늘어선 작품, 김수자 작가의 '바늘여인'이 보인다.
각 모니터에는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중국 베를린, 미국 뉴욕, 멕시코 멕시코시티, 이집트 카이로, 나이지리아 라고스, 영국 런던의 거리에서 촬영한 작품이 차례로 보인다.
관객들은 직접 세계 각지의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작품 사이 사이를 지나가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대도시 사람들은 카메라를 무심하게 지나쳐가지만, 아프리카의 경우는 굉장히 신기하게 바라본다. 각 도시의 문화적인 차이를 알 수 있다.
바늘이 조각조각 난 천조각을 이어서 하나로 만들 듯 작가가 전 세계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인종, 문화, 사회의 차이와 차별을 벗어나서 전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로 엮은 퍼포먼스를 한 작품이다.
정연두 작가의 '내사랑 지니'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꿈 이야기다. 전시된 작품은 사진을 활용한 비디오 작품으로 출시됐다.
작가는 20명을 선정해서 그들이 가진 꿈을 듣고 그 꿈을 실현한 이후의 모습을 실제 의상과 장소를 선정해서 촬영했다.
주인공들의 꿈이 실현된 전과 후의 모습을 교차로 편집해 작품을 만들었다. 물론 작품에서만 실현된 꿈이 이지만, 작품을 준비하면서 주인공들은 자신의 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원성원 작가의 '드림룸-배경'은 아름다운 풍경의 해저에 책장과 컴퓨터가 있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을 표현한 사진이다.
원 작가는 주변의 친구 가족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그들이 원하는 공간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이미지를 찍어서 합성으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냈다.
그의 작품 속에는 각박한 현실에서 탈출하기 원하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소박한 혹은 불가능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 담겨있다.
올해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받은 전소장 작가의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 4점도 흥미롭다.
전 작가의 '마지막 기쁨', '어느 미싱사의 일일', '열두 개의 방', '보물섬'은 각각 줄광대, 미싱사, 피아노 조율사, 해녀 등 우리 주변에서 수십 년 동안 일을 하면서 전문가의 칭호를 받고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러시아 사실주의 회화의 전통으로 유명한 국립레핀미술학교를 졸업한 김상우 작가는 '세대'라는 작품에서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10명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지만, 벌써 15년 전에 그려진 작품이다. 현실의 인물들은 많이 변했을 테지만 그림 속에서는 여전히 생생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아이의 방을 배경으로 엄마와 딸의 모습을 촬영한 이선민 작가의 '태화와 희지'는 부모와 자식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이 둘은 혈연적으로 연결되고 한 집에서 생활하고, 부모가 누리는 취미·문화생활 패턴은 자식들한테 그대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들이 마치 후천적인 쌍둥이처럼 닮아가는 모습에 주목했다.
김옥선 작가는 다문화, 여성, 외국인 등 보이지 않는 일상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이웃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전시된 '해피투게더-옥선과 랄프'에서는 작가 자신인 옥선과 남편인 랄프의 모습을 담았다. 다문화 가정인 이들 부부는 의자에 앉아 낯설고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 문화적 차이로 미세하게 어긋나는 상황을 건조한 시선으로 처리하고 있다.
정연두 작가의 '상록타워'는 당시 한국의 대표적인 중산층 아파트인 상록 아파트의 32가구를 촬영한 사진을 엮은 비디오 작품이다. 같은 구조를 가진 아파트이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꿈과 가족 간의 사랑, 갈등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다.
하얀 커튼이 둘러싸인 공간 안에는 나무와 실로 만든 거대한 조각 작품이 움직이고 있다. 작품의 중앙에 백열전구가 환한 빛을 발하고 있고, 나무들은 위아래로 주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마치 사람이 꾸벅꾸벅 졸 때의 머리 움직임을 보는 듯하다.
양정욱 작가의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는 이처럼 피곤해 조는 야간 경비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주변 아파트를 보면 조그만 창문이 달린 경비초소가 있다. 그 초소 안에서 야간에 경비를 서면서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경비원의 이야기를 움직이는 형태의 조각으로 만든 작품이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작가의 '위로공단'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공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고재욱 작가의 '정상에 선 사나이'는 과거 연초제초창이었던 국립현대무술관 청주관의 역사를 조망한 영상 작품이다.
김다움 작가의 '파수꾼들'은 리노베이션을 통해 연초제조창이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공간의 건축적 특징에 주목한 작품이다.
사람의 손이 모여 거대한 날개 형상을 한 최수앙 작가의 'The Wing'은 나라의 경제, 또는 가족을 위해서 희생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많은 거대한 날개 형상을 만들기 위해서 손목이 잘려나간 익명 개개인들의 희생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The Wing'의 작품 앞에는 어깨가 쳐지고 등이 굽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 형상을 한 'The Hero' 작품이 서 있다.
실제로 조각의 인물은 작가의 아버지이다. 3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나라 경제를 위해서 한평생을 헌신한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이다.
관객들이 전시장을 나서면서 마지막으로 보게 될 작품이 김을 작가의 '갤럭시'이다.
벽면을 가득 메운 1230여 점의 드로잉이 거대한 은하계를 만들고 있다.
김을의 드로잉은 자유로움과 이끌림의 개념이다. '그림이 아닌 것을 그려', '생각은 쉽게 그림은 대충' 등 글씨만으로 표현된 드로잉이 있는가 하면, 회화, 조각, 오브제 등 온갖 것이 다 드로잉으로 표현됐다.
이추영 학예사는 "마지막에 이 작품을 보면서 관객들은 다시 한번 전시 주제를 생각하고 현대미술이라는 것이 개념적이고 난해한 것만 아니고 바로 작가들이 바라보는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이다" 며 "현대미술도 이렇게 나한테 직접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작지만 굉장히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한 번씩 받고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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