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복판서 터진 '스파이 사건'…화웨이에 미칠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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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1-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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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체포 직원' 하루 만에 해고한 화웨이···'선 긋기' 나서

  • "폴란드, 美에 잘 보이려 꾸민 짓??" '미국 배후설' 제기하는 中언론들

  •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 연장선인가···

중국 남부 광둥성 둥관 소재 중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 연구개발센터 전경. [사진=AP·연합뉴스] 


폴란드에서 화웨이 현지 직원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사건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화웨이 보이콧(불매)’ 운동이 유럽으로까지 본격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현재 화웨이의 최대 해외 시장인만큼 이번 사태가 화웨이에 미칠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폴란드 체포 직원' 하루 만에 해고한 화웨이···'선 긋기' 나서

화웨이로서는 일단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폴란드 현지 직원을 신속히 해고하고, 자사와 아무 관계가 없음을 완강히 부인하며 ‘선 긋기’에 나섰다.

화웨이는 12일 저녁 성명을 발표해 폴란드에서 체포된 현지 중국인 직원 왕웨이징(王偉晶)와의 고용관계를 즉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고 중국경제망 등 현지 언론들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성명에서 “왕씨가 사적인 이유로 폴란드 법률을 위반한 혐의에 따라 현지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는 화웨이의 글로벌 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성명은 특히 왕씨의 스파이 행위는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화웨이는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국가에의 법을 준수한다” 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11일(현지시각) 주 폴란드 중국 대사관을 통해 폴란드에 체포된 중국인이 화웨이 직원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지 하루 만에 신속히 이뤄진 것이다. 화웨이로서는 스파이 혐의와 자사가 관련이 없다고 완전히 선을 긋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웨이가 이번에 신속하게 폴란드 현지 직원을 해고한 것은 미국 등 서방국에서 화웨이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것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을 비롯해 호주·뉴질랜드·일본 등 국가에서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 유럽 한복판서 터진 '화웨이 스파이 사태' 

하지만 유럽 한복판인 폴란드에서 터진 화웨이 직원 체포 사태를 계기로 미국 동맹국 중심으로 일고 있는 '화웨이 보이콧' 운동이 유럽으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는 화웨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은 중국 본토 다음으로 큰 화웨이의 최대 해외시장이기 때문이다.

2000년 처음 유럽에 진입한 화웨이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유럽 최초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공들여왔다.  화웨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화웨이의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사업 매출이 1억6380만 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27.1%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화웨이는 현재 폴란드에 유럽 중부와 북부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5월 폴란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삼성을 뛰어넘은 1위로 자리매김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 국가들도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도 5G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에서는 해외정보국(MI6) 수장에 이어 국방장관까지 나서 공식적으로 화웨이의 5G 장비에 대한 안보 우려를 제기했으며, 독일 도이치텔레콤·프랑스 오랑주텔레콤 등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재검토하고 당분간 도입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노르웨이·스웨덴도 화웨이 5G 장비 사용 여부 검토에 돌입했다고 SCMP는 전했다.

동유럽도 화웨이를 경계하긴 마찬가지다. 체코 정부는 최근 보안 우려를 이유로 자국 공무원들에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요아힘 브루드진스키 폴란드 내무장관도 지난 12일(현지시각)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과 나토가 화웨이의 통신장비 사용을 배제할지에 대해 공동으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란드에서 화웨이 직원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직후 나온 발언이다.

◆ "폴란드, 美에 잘 보이려 꾸민 짓??" '미국 배후설' 제기하는 中언론들

중국 정부는 관영언론을 내세워 확실한 증거를 내놓으라며 폴란드를 향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11일 밤 온라인 사평을 게재해 "화웨이 직원이 폴란드에서 스파이 의혹을 받고 있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폴란드가 화웨이 직원을 체포한 배후에 '미국의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사평은 최근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에 압박을 넣는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일어난 것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화웨이 직원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냐고 반문하며 폴란드가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꾸민 덫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평은 친미 성향의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미군의 자국 주둔을 유치하려고 노력했다며 미국의 환심을 얻기 위해 이 같은 짓을 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사평은 화웨이는 전 세계 선두적인 통신기업으로, 폴란드는 통신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데다가, 시장 규모도 크지 않아서 이곳에서 화웨이가 스파이 활동으로 얻을 기술이나 비즈니스 정보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주말인 12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고도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 측이 법에 따라 공정하고 적절히 처리해 중국인의 합법적 권익과 안전, 인도주의적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 연장선인가···

중국 관영언론이 미국을 배후로 의심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5G 굴기' 선두주자인 화웨이의 세력 확장을 극도로 견제해 왔기 때문. 이미 5G 방면에서 글로벌 기술 선두주자로 꼽히는 화웨이가 전 세계 5G 패권 장악을 노리는 미국으로선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한달 전인 지난 12월초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내세워 화웨이 후계자 '0순위'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부회장을 캐나다에 요청해 현지에서 전격 체포한 전력도 있다. 

사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의 밀접한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줄곧 제기해 왔다. 화웨이가 비록 민간기업이긴 하지만 증시에 상장도 안돼 기업 지배구조가 불투명한데다가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가 인민해방군 통신 장교 출신이기 때문. 미국으로선 이것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다방면에서 화웨이를 압박해 왔다. 

미국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구입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보이콧 움직임을 주도하는 게 대표적이다.  며칠 전에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가 미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도 막고 있다는 보도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을 통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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