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2차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임금 단체협약 협상을 두고 줄다리기 끝에 노사 합의에는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승자 없는 싸움'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직 내부의 상처만 드러낸 꼴이니 그럴 만도 하다. 조용하게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한 다른 은행과 비교하면 국민은행 노조도 특별히 더 챙긴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피복비 100만원 요구는 일찌감치 철회했고, 성과급은 신한은행과 같은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주요 쟁점 사항 중 하나인 페이밴드(호봉상한제)를 놓고서는 3~5차 파업을 볼모 삼아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결국 19년 만의 총파업은 '돈 문제'였던 것이다. 여론이 악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은행 평균연봉은 2017년 기준 9100만원으로, 우리나라 직장인 소득분위별 평균연봉 최상위인 10분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연봉이 3475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다. 돈만 요구하는 억대연봉자를 보는 여론의 시선은 생각보다 더 싸늘했다.
끝난 줄 알았던 금융권 노사 갈등이 이번에는 '주 4일 근무제'로 튕겨졌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2일 주 4일 근무제 도입 방침을 올해 사업 목표로 정했다. 금융노조는 은행과 금융공기업 대부분이 소속된 단체로, 대형 상급단체 노조가 주 4일제 시행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하고,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아예 주 4일제를 들고 나섰다.
은행권에서는 그야말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노조 주장대로 주 4일제를 도입하려면 20% 임금 삭감이 전제돼야 하는데, 노조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렇다고 은행을 직원 근무시간에 맞춰 주 4일제로 운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보다 나은 근무환경과 은행원의 추가 고용,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 내용 전체가 금전적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어 은행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 많다.
특히 국민들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노조의 명분이 어떤 근사한 내용으로 포장됐더라도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