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100주년 민족대표 33인 생가]진종 백용성,장수군 호국불교 부활 성지.."한반도 연못과 동화댐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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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빈 기자
입력 2019-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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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노인 증언 토대로 생가 복원, 기념관에 유품 진열, 교육관 외벽에 일대기 그려

죽림정사 전경[사진=전라북도 장수군 제공]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3시간 30분쯤 지나면 장수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장수공용버스터미널에서 번암면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25분쯤 후면 번암정류소에 닿는다. 번암정류소에서 내려 20분쯤 걸으면 '백용성(1864∼1940) 조사 탄생성지 죽림정사(竹林精舍)'(이하 죽림정사)에 도착한다. 죽림정사는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에 있다. 조사(祖師)는 불교에서 후세 사람의 귀의와 존경을 받을 만한 승려이거나 1종 1파를 세운 승려에게 붙여지는 칭호다.

진종(震鍾) 백용성(白龍城)은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계 대표였지만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조선의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으로 수백 년 동안 대중과 유리돼 산속에 머물러 있던 불교를 대중과 함께하는 호국불교로 부활시켜 강력한 항일투쟁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독립에 기여한 정도는 한용운보다 덜하지 않다.
 

죽림정사 백용성 생가[사진=전라북도 장수군 제공]

백용성은 독립운동가이면서 종교개혁가이기도 했다. 백용성은 식민지 조국의 현실에 무관심하고 시주(施主, 승려나 절에 물건을 바치는 사람. 또는 그 일)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는 데 치중하는 당시 불교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선농일치(禪農一致)의 불교운동을 전개했다.

백용성은 1927년 경상남도 함양군에 있는 백운산에 화과원(花果院)을 설립하고 선농일치 운동을 통한 민족구제 및 사원경제의 자립운동을 전개하면서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는 기지로 활용하기도 했다. 백용성에게 불교개혁은 독립운동이기도 했다.

일본은 일선(日鮮) 동화·민족문화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 불교에 대한 왜색화(倭色化) 작업을 추진했다.

일본은 승려들의 대처식육(帶妻食肉, 승려가 아내를 두고 고기를 먹음)과 음주솔가(飮酒率家, 술을 마시고 온 집안 식구를 거느리고 가거나 옴)를 암암리에 조장했다. 또한 주지 자격에 비구계(比丘戒) 조항을 삭제해 한국 불교의 전통을 파괴하려 했다.
 

죽림정사 백용성 생가 안에 있는 백용성 영정[사진=전라북도 장수군 제공]

비구계는 비구(출가해 구족계를 받은 남자 승려)가 받아 지켜야 할 250가지의 계율이다. 구족계(具足戒)는 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이다.

이에 맞서 백용성은 뜻을 같이하는 비구승들과 함께 지난 1926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건백서(建白書, 관청이나 윗사람에게 전하는 의견을 적은 서류)를 제출해 조선총독부의 불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불교계의 정화운동을 전개했다. 백용성은 일제강점기 불교의 문제를 우리 민족의 문제와 일치시킨 것이다.

◆산속에 머물러 있던 불교를 대중과 함께하는 호국불교로 부활시켜 강력한 항일투쟁
 

죽림정사 대웅보전[사진=전라북도 장수군 제공]

또한 ‘선한역대방광불화엄경’(등록문화재 제630호), ‘신역대장경’(등록문화재 제631호), ‘조선글화엄경’(등록문화재 제629호), ‘조선어능엄경’(등록문화재 제632호) 등 불교경전의 한글화 작업과 일요 어린이 법회 개설, 거리 포교 및 찬불가 도입 등으로 불교의 대중화와 포교 방법의 근대화를 위해 노력했다.

‘백용성조사 기념사업회’는 1985년 전북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의 백용성 생가터와 주변 토지를 매입했다. 그 후 국비와 지방자치단체 지원비, 후원금 등으로 2007년 10월 백용성 생가 터 1만3553.719㎡(4100평)에 죽림정사를 세웠다.

석가모니가 성도(成道)한 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교화하는데 마가다국의 큰 부호 장자가 대나무 숲이 있는 동산을 바치고 왕인 빔비사라왕과 신하들이 그 죽림원에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과 집을 지었는데 이것을 절의 시초가 되는 죽림정사(竹林精舍)라 한다. 죽림정사는 석가모니의 교화를 받고 설법을 얻고자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죽림정사 충의원통문[사진=전라북도 장수군 제공]

현재 죽림정사 주지는 법륜 스님이 맡고 있다. 불교 5대 성지를 가꾸는 것 등을 당부한 백용성의 ‘10대 유훈’ 실현에 평생을 바친 도문 스님은 제자인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에게 죽림정사 주지를 맡겨 유훈 실현의 뜻을 이어가도록 했다.

죽림정사 입구에는 장수군민들이 세운 백용성 유허비(遺墟碑, 선인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에 그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가 있다. 1998년 완공됐다. 유허비 뒤에는 죽림정사 진입도로와 죽림정사 자연석 안내판이 있다. 이 자연석은 백용성 생가 인근 하천 웅덩이에 있던 돌이다. 구전에 의하면 백용성이 어린 시절 개울에서 멱을 감으며 이 돌 위에 올라 놀았다고 한다.

죽림정사 일주문(一柱門)은 충의 원통문(忠義 圓通門)이다.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서는 산문(山門) 중 첫 번째 문이다. 산문은 절에 있는 바깥 문이다. 17평 규모의 석조건물이다. 백용성의 애국정신과 한국 불교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리기 위해 충의 원통문이라 명명했다.
 

죽림정사 피안교[사진=전라북도 장수군 제공]

충의 원통문을 지나면 오른쪽에 종무소가 있다. 목조 기와 건물로 관리사무실, 접견실, 회의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죽림정사를 방문해 관람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종무소로 가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종무소 왼쪽에 한반도형 연못이 조성돼 있고 그 위에 돌다리인 피안교가 설치돼 있다. 피안교에서 연못 내 연꽃을 감상하다 보면 담장 아래 설치된 태극기 조형물이 보인다.

백용성 생가는 목조 기와집이다. 마을 노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본채 20평, 아래채 10평, 장독대 등 생가를 복원했다. 생가에는 백용성의 영정이 있어 방문객이 참배할 수 있다. 생가 대문은 보통의 가정집 형태다. 생가 앞에는 연못이 있고 생가 뒤쪽에 대나무 숲이 있다.

용성교육관은 108평 규모의 목조 기와 건물이다. 전통적 사찰양식으로 웅장하게 세워졌다. 내벽에는 탱화(幀畵, 불교의 신앙내용을 그린 그림) 등이, 외벽에는 백용성 일대기가 그려져 있다. 우리의 민족사관과 불교사관을 올바르게 정립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용성교육관 앞에는 음수대가 있다.

용성기념관은 용성교육관 정면에 있다. 42평 규모의 목조 건물이다. 백용성의 저술도서 등 유품을 진열해 설명하고 있다. 매직비전 등을 통해 백용성의 삶의 역경을 살펴볼 수 있다.

대웅보전은 33평 규모의 목조 건물이다. 석가모니를 주불(主佛, 법당에 있는 부처 중 가장 으뜸인 부처)로 다섯 탱화가 있다. 이 외 여러 불교 관련 벽화들이 있다.

대웅보전 오른쪽 위에 있는 승방요사는 60평 규모의 목조 기와 건물이다. 스님, 신도의 생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죽림정사 관람 시간은 따로 제한이 없고 관람은 무료로 할 수 있다. 숙박은 불가능하다.

◆2007년 10월 백용성 생가 터에 죽림정사 세워

죽림정사를 충분히 관람하고 백용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느꼈다면 죽림정사 인근에 있는 다른 관광지에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죽림정사에서 140m만 가면 ‘장수 물빛공원’에 도착한다. 장수 물빛공원 넓이는 3만4017m²다. 공원 안에는 상징분수, 터널분수, 물꽃정원, 옹달분수 등 각종 생태적 친수공간이 배치돼 있다.

장수 물빛공원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동화댐 제방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남원시와 장수·임실·곡성군에 농업용수와 식수를 공급하고 수력발전까지 하는 다목적댐이다. 맑은물을 자랑한다.

동화댐 호반 길이는 10km로 산책하기에 좋다. 호숫가를 걷다 보면 동화댐 수몰민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쉼터가 있다. 벚나무 가로수가 잘 조성돼 있다. 죽림정사와는 1㎞ 떨어져 있다.

지지계곡은 장수군 번암면 지지리에 있다. 장안산과 백운산 사이에 위치한 10km의 계곡으로 울창한 수림과 맑은 물이 조화를 이뤄 사시사철 아름답다. 죽림정사와는 14.7km 떨어져 있다.

장안산군립공원은 장수군 장수읍 덕산리에 있다. 죽림정사와는 11.8km 떨어져 있다. 무룡고개는 장안산(해발 1237m) 초입에 있는 고개로 지금은 지방도로가 개통돼 교통여건이 매우 편리하다. 정상에선 지리산, 마이산, 금강, 섬진강 등이 아름답게 펼쳐져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장수군 전체적으로도 가 볼 만한 여행지가 많다. 장수군은 장수군에서 의암 주논개 생가와 연계해 더 머물고, 더 즐길 수 있는 대곡관광지를 조성해 2017년 10월 개장했다. 대곡관광지는 장계면 논개생가길에 있다. 조성 면적은 101만6000㎡다. 수용 인원은 (최적)100명/일, (최대)150명/일이다. 장수군 시설관리사업소가 소유자다.

한옥숙박단지는 목재와 황토를 이용해 총 4개 단지 21객실을, 오두막집 단지는 독립형으로 10객실을 조성했다. 한옥 2단지에 조성된 다목적실은 각종 단체의 워크숍, 세미나, 소모임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조성했다.

모든 객실에는 침구류, 케이블TV, 냉장고, 선풍기, 에어컨뿐 아니라 전기밥솥, 전기레인지, 싱크대 등 취사도구 일체가 완비돼 있다. 대곡관광지 이용시간은 당일 오후 3시~다음날 낮 12시까지다.

애완동물은 동반 입장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강제 퇴소 조치할 수 있다. 대곡관광지 안에선 바비큐가 금지된다. 숯탄·번개탄도 사용할 수 없고 금연해야 한다. 장수읍과 장계면에는 추어탕, 각종 매운탕, 청국장, 갈비찜 등을 파는 맛집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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