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5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CNBC에 따르면 이번 포럼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커피를 나눠주는 로봇 유미(YuMi)가 눈길을 끌었다. 최근 몇 년간 다보스포럼이 세계화로 인한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던 만큼 노동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래형 로봇 기술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통상 갈등 등 눈앞에 놓인 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조차 꺼내지 못한 '반쪽'짜리 행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규모 '노쇼'는 '세계 위기' 반영한 현상"
이른바 '부자들의 잔치'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다보스포럼은 올해 '노쇼(No Shows) 잔치'로 주목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CNN은 "각국 중앙은행, 정·재계 인사, 영향력 있는 규제 기관 등과 함께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이번 포럼에 다수 지도자가 불참했다"며 "이는 세계가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제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치가 가장 큰 위협이라는 참석자들의 메시지와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메이 총리는 각각 미국 셧다운(연방정부 임시 폐쇄)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를 의식, 다보스포럼에 불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도 반(反)정부 성향의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대와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 중 참석한 사람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뿐이다.
올해로 49회째를 맞는 이번 포럼은 '지구화 4.0'이라는 주제로 350여개의 세션을 마련했다. 기후 변화의 위험성과 기술 변화, 포퓰리즘 부상, 난민 문제 등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노쇼 이슈 등에 가려 눈길을 끌지 못했다. 특히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정 세션까지 마련, 해결을 촉구했지만 각국 정상 등 포럼 참석자들의 반향이 나오지는 않았다.
경기 전망에도 비관론이 나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포럼 개막 하루 전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각각 3.5%, 3.6%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65개국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3000여명의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던 이번 포럼은 글로벌 경제 하방에 대한 비관만 남긴 채 나흘 만에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막 연설자로 나서면서 행사 끝까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 행사에서는 주요 정상의 공식 폐막 연설도 없이 마무리됐다.
◆'부자 잔치'에서 '홍보의 장'으로..."2019년은 예측 불가"
다보스포럼은 '부자들의 잔치'라는 비판이 거듭되자 금융위기 이후인 2000년대부터는 세계화라는 큰 주제를 두고 난민과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세부 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화' 대신 각국의 개별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춰 강조하는 '홍보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개막 기조연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질판 트럼프'로 알려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첫 번째 국제 무대 데뷔였던 만큼 연설 내용에 관심이 쏠렸으나 포럼 주제인 기후변화 관련 내용보다는 자국의 세금 감면과 규제 개혁을 강조하는 세일즈 외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대신해 다보스를 찾은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 화웨이 사태 등을 예로 들어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세실리아 말스트롬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자동차 관세 부과 등 미국의 통상 정책을 비난했다.
CNN은 "1년 전에도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 경제 불안 등의 위협이 있었으나 다보스포럼의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며 "앞으로는 분위기가 좀 더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등의 통상 갈등이 예고된 데다 이번 포럼의 주제였던 기후변화에 대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올해 전망이 예측 불가하다는 것이다.
한편 참가자의 성비 불균형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로뉴스는 "전체 참가자 3000여명 가운데 여성 참가자는 22%에 불과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성평등 문제는 다보스포럼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