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가 사망한 것은 사우디 정부의 계획과 실행에 따른 것이라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아녜스 칼라마드 유엔 특별보고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터키에서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사우디 정부가 계획·실행한 잔혹한 살해의 희생자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BBC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이 구성한 카슈끄지 피살 사건 진상 조사단 단장으로 임명된 칼라마드 보고관은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3일까지 터키를 방문해 이번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사우디 관료들은 터키의 범죄 현장 조사 노력을 방해했다"며 "현장에서 입수한 카슈끄지 피살 사건 당시의 음성 파일에는 섬뜩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재판에 대한 공정성이 의심된다"면서 "사우디를 방문 조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우디 검찰이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 현장 책임자 등 11명을 기소(5명 사형 선고)한 데 대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보고서 내용에 대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앞서 작년 10월 카슈끄지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갔다가 피살됐다. 사건 발생 직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살해 연루설을 부정해왔던 사우디 정부는 피살 현장 음성 파일 등 증거들이 나오자 카슈끄지의 사우디 귀국을 설득하기 위해 터키에 파견된 현장 팀장이 카슈끄지에 대한 살해를 지시했다고 항변했다.
카슈끄지는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 다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사우디 유력 언론인이다. 개혁 성향 일간지 '알와탄'의 편집국장으로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비판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에도 민중의 혁명을 지지해 사우디 왕가와 갈등을 빚었다. 신변에 대한 우려로 작년부터 미국에 머물면서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정권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작년 12월 카슈끄지를 '2018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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