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은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과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전량(55.72%)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산은은 지난 2015년부터 대우조선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글로벌 조선업 업황 회복으로 대우조선의 경영상황이 개선되면서 현대중공업과 협의를 통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식에 합의했다. 산은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삼성중공업에도 매각 의사확인을 타진한 상태다.
만일 삼성중공업도 인수 의사를 밝힐 경우 평가절차에 따라 인수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인수하지 않겠다고 해도 현대중공업과의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대우조선 매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
산은이 20년간 수조원의 혈세를 쏟아부었던 대우조선 매각을 눈앞에 둔 것은 이동걸 산은 회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회장은 3조9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호타이어도 중국 더블스타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지분을 매각했다.
이처럼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으면서 남은 자회사 매각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산은이 구조조정을 맡고 있는 기업 중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인 곳은 동부제철과 대우건설 등이 있다.
산은은 동부제철의 지분 39.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란 카베스틸로 매각을 시도했으나 대이란 제재로 불발된 바 있다. 이후 작년 연말부터 2차 매각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자를 다시 물색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G그룹, 웰투시인베스트먼트, 화이트웨일그룹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동부제철 입찰 참여자들은 이달 중순까지 실사를 진행한 뒤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본입찰은 이달 말 진행된다. 만약 매각이 성사되면 동부제철은 5년 만에 산은의 손을 떠나게 된다.
산은이 지분 50.75%를 보유한 대우건설도 구조조정 대상 중 하나다. 지난 2010년 말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3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호반건설에 매각될 뻔했으나 모로코 사피 발전소 프로젝트에서 예상치 못한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무산됐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손실 해소 및 경영정상화 이후 다시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은은 2020년까지 KDB생명도 매각키로 한 상황이다. KDB생명은 산은이 출자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가 지분 92.7%를 소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은은 1조원 넘게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다만 KDB생명은 낮은 수익성과 건전성으로 인해 매각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 역시 KDB생명에 대해 "애초에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향후 산은이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 AMC'를 설립하면 자회사 매각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KDB AMC는 산은이 출자한 회사에 대해 관리·감독부터 자금회수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관련 부서에서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설립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라며 "과거 비금융 자회사의 매각 과정을 관리했던 '자회사관리위원회'보다 전문성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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