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또 다시 굴욕을 겪었다. 하원 표결에서 메이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계획이 부결되면서다.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하원은 메이 총리가 내놓은 브렉시트 계획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결의안은 메이 총리가 EU와 ‘백스톱(안전장치)’ 등을 추가 협의하는 방식의 브렉시트 계획을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과는 반대가 303표를 기록, 찬성 258표를 압도했다.
여당인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에서는 기권표가 쏟아졌다. 정부 결의안이 영국이 합의 없이 무질서하게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표결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상징적인 행위지만 메이 총리가 추진하는 브렉시트 방식이 의회에서 구심력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으로 메이 총리와 EU와의 추가 협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외신은 보고 있다. 앞서 메이 총리는 협상안 수정을 위한 EU와의 협의가 난항을 겪자 당초 예정을 변경해 오는 26일까지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알린 바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하원 표결 후 “오늘 결과는 총리의 방침이 다수의 지지를 못받는다는 것을 증명했다”면서 “정부가 계속 의회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일관성 있는 계획 없이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3월 29일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이날 표결 결과에도 불구 자신의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백스톱은 별도의 합의가 나올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 적용)'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백스톱 조항이 영국이 EU의 속국으로 남을 수 있다고 반발했고, 메이 총리는 EU와 백스톱 등을 추가 협상해 강경파들의 마음을 돌려 브렉시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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