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 16일 새로운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공포·시행됐다.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가 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권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고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일각에선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무용지물에 가깝다"면서 "법 개정 이후에도 건물주가 요구하는 임대료 인상률대로 계약이 이뤄지는 게 대다수다. 국토교통부는 법 개정만 했을 뿐 개정법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조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서울의 경우 9억원)이 일정 금액 이하인 상가는 임대료 인상률이 기존 9%에서 5%로 제한됐지만 5% 제한룰(Rule)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임차인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될 일 아니냐고 순진하게 물을 수도 있지만, 합의 없이 고려할 만한 카드는 '소송' 아니면 '점포이전'이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임차인은 그리 많지 않다. 점포이전은 임대료 몇퍼센트 인상보다 더 큰 손해일 수 있다. 인테리어비용, 권리금 등 초기 투자 비용을 포기해야 해서다. 통상 최초 계약기간 2년은 임차인들에게 있어 '자리잡는 기간'이다. 이제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 같은데 입지를 옮긴다는 건 무모한 결정이다.
오는 4월 출범할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임대료 및 권리금, 임대차 기간, 계약갱신, 원상회복 등의 분쟁조정 의뢰시 당사자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임차인이 분쟁조정을 신청해도 임대인이 이를 무시해버리면 분쟁조정 신청이 기각된다는 맹점이 있다.
물론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모든 항목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광화문 일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모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5년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면 장사가 잘 안 될 때 인테리어를 바꿔본다든지 다른 시도를 해볼 여지가 생길 것 아니냐.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은 법 개정의 혜택을 많이 체감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임차인들의 권익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 반길 일이지만,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생긴 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구멍이 많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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