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 고위급 무역협상 합의안에 위안화 환율 안정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과거 1985년 체결된 ‘플라자합의’에 빗대 '제2 플라자합의'가 될 것이란 시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플라자합의는 당시 미국·영국·독일(당시 서독)·프랑스·일본 등 당시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이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호텔에 모여 달러의 초강세 행진을 막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플라자합의로 5개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미국 달러를 대량으로 매도했고, 미국 달러화는 대폭 절하됐다. 엔화 강세를 유도한 미국은 일본과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했다. 반면 엔화 가치는 플라자합의 후 석 달도 채 안된 사이에 달러 대비 20% 치솟았다. 엔화 강세는 일본의 장기 불황인 이른 바 '잃어버린 20년'의 불씨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과의 환율 합의에서도 위안화의 가파른 절상을 유도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경제일보 산하 웨이보 '타오란비지(陶然筆記)'는 미·중간 환율 합의가 과거 플라자합의 때 일본 엔화가 폭등한 것처럼 중국 위안화의 가파른 절상을 유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미·중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지난해 10월에도 미국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그때보다 분위기가 호전된 지금 중국이 위안화 환율 문제를 놓고 미국에 굴복할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 플라자합의 체결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과거 일본처럼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따를리 없다는 얘기다.
설령 신 플라자합의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그건 미·중 양국 모두에게 불리한 '제로섬' 합의라고도 매체는 주장했다. 위안화가 가파르게 절상되면 미국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그동안 금리 인상을 고집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 들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은 미국 소매판매나 제조업 지수 통계가 부진하는 등 미국 경기 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글로벌 경기 둔화, 영국 브렉시트, 무역협상 등 불확실성으로 통화긴축에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달러화 약세로 이어져 달러화 자산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때에 위안화가 가파르게 절상하면 대량의 자금이 미국에서 이탈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위안화 강세는 중국에도 리스크이지만 미국 경제에도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위안화는 이미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5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6.695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전 거래일보다 0.27% 상승한 것이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7월 18일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달러화 대비 5% 하락한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약 3% 오른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매체는 미·중간 환율 합의가 지난해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와 체결한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환율 개입 제한 조항을 참고할 가능성이 나온다고 전했다. USMCA에는 협정국이 △시장에 의한 환율 결정 △환율 시장 개입 자제 △거시경제와 환율 안정을 위한 경제 기초 강화 등을 내용이 포함됐다. 그 어디에도 플라자합의를 연상케 하는 조항은 보이지 않는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에 이어 미국과 물품무역협정(TAG) 협상을 준비 중인 일본도 고심이 큰 모습이다. 26일 일본 산케이 신문은 오는 4~5월 일본이 미국과 TAG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진전에 맞춰 일본과의 TAG 교섭에서도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요구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무역협상에서 어떤 나라와도 환율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일본도 예외가 없음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TAG 협상에서도 통화 약세 유도를 금지한다는 환율 관련 조항이 논의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 2013년부터 대규모 금융완화책인, 이른바 '이차원 완화'를 통해 시중에 거액의 자금을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는 미국에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를 안기며 미국의 불만을 샀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이 자국 상품 경쟁력을 위해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등 환율을 조작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본으로선 TAG에 환율 조항이 포함돼 엔고(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어려워지면 일본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일본 닛케이신문은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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